2011년 두 번째 주의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트루 그릿>이 모처럼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1969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코엔 형제가 리메이크한 <트루 그릿>은, 지난 연말부터 새해의 첫 주말까지 2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가 3주차에 1위로 발돋움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연초에 신규 개봉작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고, 이번 주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쭉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찌감치 코엔 형제의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기도 했었죠?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어코 무려 1억 불의 흥행수입을 돌파하고 말았습니다. (이전의 최고 흥행작은 약 7,400만 불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입니다) 아울러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트루 그릿>은 역대 서부영화 중에서 현재 3위의 자리에 올라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1, 2위는 각각 <늑대와 춤을,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입니다. 이 중에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약 1억 1,400만 불에 불과해 <트루 그릿>이 수일 내로 앞지를 것이 분명합니다. 약 1억 8,400만 불의 <늑대와 춤을>은 꺾기가 버거워 보이네요.

이것으로 이제 바야흐로 코엔 형제도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걸까요? 초반부터 흥행세가 꽤 좋아 보이긴 했지만 설마 1억 불을 돌파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왜 우리나라는 아직 개봉일이 안 잡혔는지...

<Little Fockers>는 <트루 그릿>에 밀려 3주 만에 2위로 하락했습니다. 연말과 연초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 부정적인 평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이어왔지만 이제 약발이 다한 것 같네요. 일단 제작비를 넘어섰으니 최악의 결과는 면했습니다만, 전작과의 비교에서는 역시 개봉 때부터 한참 실망스러운 성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작인 <Meet the Fockers>는 동기간에 2,850만 불의 수입을 올렸고, 총 수입에서는 자그마치 2억 불이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주말수입의 비교에서는 약 1,500만 불, 총 수입에서는 8천만 불 가량 뒤져 있는 것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작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약 1,073만 불로 3위에 데뷔하는 데 그쳤습니다. 재정이 파산상태에 이르면서 다작에 임하고 있는 케서방입니다만, 흥행에서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09년 하반기에 파산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떴으니 실제론 이미 그 이전부터 위험했다는 얘기겠죠?

2008년 9월에 개봉한 <방콕 데인저러스>부터 2009년 3월은 <노잉>, 동년 7월과 10월엔 <지포스, 아스트로 보이>에서 목소리 연기, 11월엔 <배드 루테넌트>, 2010년 4월엔 <킥애스>, 동년 7월엔 <마법사의 제자>가 개봉했습니다. 뒤를 이어 <시즌 오브 더 위치>가 개봉했는데, 제작기간을 감안하면 거의 쉬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에 매달렸던 셈이죠.

이 중에서 흥행수입 1억 불을 돌파한 영화는 <지포스>가 유일합니다. 그나마 이것도 제작비가 1억 5천만 불이라 흥행에선 실패작입니다. <노잉>은 약 8천만 불을 기록하긴 했으나 이 또한 제작비가 5천만 불이라 크게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 전 세계 흥행수입을 합하면 좀 더 낫지만 대다수의 작품이 저조한 기록을 내고 말았습니다. 과연 언제쯤 그가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듣자하니 예전에 조지 클루니가 니콜라스 케이지의 도움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죠? 반면 조니 뎁은 도와주겠다고 했고... 이건 조지 클루니가 너무한 게 아닙니다. 조니 뎁이 대단한 거지 -_-;;;

한편 '박스오피스 모조'에서는 <시즌 오브 더 위치>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배급사인 'Relativity'가 두 번째로 배급한 영화로 첫 번째보다는 성적이 낫다는 것인데, 그 첫 번째 영화가 고작 560만 불의 흥행수입에 그친 <워리어스 웨이>입니다. 이걸 위로라고 하는 건지... 니콜라스 케이지도, 장동건도 안습이네요...

<시즌 오브 더 위치>는 14세기의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주인공은 암흑으로 뒤덮인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이를 구원하기 위해 그는 마녀로 판명난 소녀를 한 수도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무사히 이송작전을 마치기 위해 그는 6명의 기사단을 꾸려 길을 나섭니다. 참고로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식스티 세컨즈>에 이어 도미닉 세나 감독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다시 한번 뭉쳐서 만든 영화입니다. 국내개봉은 1월 13일입니다.

<트론 : 새로운 시작>은 여전히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1천만 불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수입을 더하면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4주째 머물고 있습니다. 드랍율이 조금 크다는 것이 걸리지만 말이죠. 현재까지 총 수입은 약 1억 4,793만 불이며 전 세계 흥행수입에서는 약 2억 5,793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내려면 더 분발해야겠네요.

<블랙 스완>의 행보도 <트루 그릿>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블랙 스완>은 개봉 2주차에 극장수를 늘리면서 단숨에 6위로 상승했다가 쭉 하락을 면치 못하더니 급기야 연말과 연초엔 9위로 턱걸이를 했었죠? 그런데 이번 주에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네 계단이나 뛰어오른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위뿐만 아니라 드랍율도 불과 -6%입니다. 이것으로 제작비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입까지 더해져서 <블랙 스완>은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모두 성공한 영화가 됐습니다.

6위인 <컨트리 스트롱>도 이번 주의 미국 박스오피스를 지켜보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2주차까지 단 두 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가 1,424개로 확대하면서 무려 37계단이나 수직상승했습니다. 이 정도면 계단이 아니라 거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수준이네요. <컨트리 스트롱>은 컨트리 뮤직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작년 이맘때에 개봉했던 <크레이지 하트>를 연상시킵니다. 과연 이대로 쭉 흥행세를 이어가서 <크레이지 하트>의 흥행수입(약 4천만 불)을 넘게 될지 궁금합니다. 일단 제작비가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갔다는 약점이 있긴 합니다만...

<컨트리 스트롱>은 떠오르는 신예 작곡가와 하락세의 컨트리 가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둘 사이에는 로맨스가 꽃피기도 하는데, 컨트리 가수의 남편이자 매니저 그리고 미인대회 출신에서 컨트리 가수로 전향한 미녀까지 가세합니다. 작곡가 역은 <트론 : 새로운 시작>에서 샘 플린으로 출연한 가렛 헤드룬드가 맡았으며, 컨트리 가수는 기네스 팰트로우입니다. 미인대회 출신의 가수는 누군가 봤더니 주로 티비에서 활동한 레이튼 미스터네요.

<컨트리 스트롱>의 예고편입니다.

<파이터>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개봉 2주차에 극장수를 대폭 확대하면서 4위에 오르긴 했으나 그 이후부터 쭉 순위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흥행수입에서도 약간 실망스러운 상황입니다. 물론 제작비가 저렴한 편이라 손해는 면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8위인 <왕의 연설>은 두 계단 상승하며 8위에 올랐습니다. <파이터>를 제외한 몇몇 영화가 연말과 연초보다 나은 사정을 보이고 있는 걸로 봐서는 확실히 시즌의 분위기에 따라 영화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루 그릿>, <블랙 스완> 그리고 <왕의 연설>까지,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기엔 꺼려지는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대신에 <Little Fockers>, <요기 베어>, <나니아 연대기>, <탱글드> 등이 선전한 것을 보면 역시 미국의 가족주의는 실로 대단해 보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라스트 갓파더>가 타 영화를 제치고 1위한 것에도 같은 배경이 있긴 하네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영화 <요기 베어>는 1월 첫째 주의 성적에서 5계단을 하락한 9위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그대로가 아닐까 싶네요. 개봉 4주차임에도 고작(?) 8천만 불의 제작비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연말과 연초가 아니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인 것도 같네요.

10위인 <탱글드> 또한 지난주보다 세 계단을 하락했습니다. 많은 호평을 받은 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도무지 흥행에서 선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제작비가 자그마치 2억 6천만 불이 투입된 건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제작방식에 이전과는 다른 뭔가 특별함이 가미된 걸까요?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몇몇 영화야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를 노리고 개봉을 늦춘다고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왜 개봉이 늦어질까요? 연말에 가족들이 보기에 딱인데 말입니다. 설마 <라스트 갓파더>와의 대전이 두려워서 피한 건가...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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