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동아·조선일보에 날을 세웠다. 4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서다.

내용이 새롭지는 않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가로막고 필사적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방패막이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 제기된 내용이다. 대다수 언론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일부 언론과 언론시민단체들이 ‘일부’ 보수언론의 정파적 보도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동아·조선 '공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한겨레 9월5일자 1면.
양쪽 그러니까 청와대와 동아 조선의 ‘관계’를 감안하면 청와대의 ‘공격’ 역시 새로운 건 아니다. “조선 동아는 지난 5년 내내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에 대한 실낱같은 꺼리라도 있으면 의혹을 부풀리며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집요하게 쏟아냈다”는 <청와대브리핑>의 지적이 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가 ‘쨉’을 날린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5∼6회 정도 ‘2007, 한국언론의 부끄런 기록’이라는 시리즈를 내보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동아 조선에 대한 공격의 날을 한동안 세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내용도 별로 새로울 게 없고 이들의 관계도 이미 ‘공개된 정보’라면 남는 문제는 ‘왜’다. 바꿔 말하면 왜 청와대가 지금 시점에서 동아 조선에 대한 공격에 다시 나서게 됐느냐가 이 사안의 핵심인 셈이다.

5일자 한겨레는 대선판의 주도권을 놓고 ‘보수세력과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대결을 통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수세적 상황을 벗어나는 한편, 보수언론과 야당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대선 판을 다잡겠다는 판단이 깔렸음직 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보수언론 '공격'을 통한 ‘판세’ 뒤집기…성공할까

▲ 한겨레 9월5일자 3면.
한겨레의 분석을 전제로 한다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국면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 한겨레는 “임기 말 청와대의 대 언론, 대 야당공세가 현실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극히 불투명하다”고 점잖게 ‘지적’했지만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우선 카운터파트너인 동아 조선의 반응이 없다. 5일자 아침신문들을 쭉 한번 살펴보라. 이 사안을 기사화 한 곳은 한겨레신문 정도다. 정작 당사자인 동아 조선은 입을 다물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이런 침묵은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99.9%다. 이미 청와대의 ‘수’를 상대방이 읽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도 손해볼 가능성이 많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입장에서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을 때 불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해 보는 쪽이 청와대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어차피 결집시켜야 될 지지세력이 ‘소수’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수언론이나 한나라당과 ‘전면전’으로 갔을 때 지지층 결집 정도는 어디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까.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지지세력을 더 결집시키는 행태로 나갈 확률이 높다.

동아 조선의 ‘침묵’ …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 많아

정치적 해석을 배제하고 원칙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동아 조선은 특정후보를 감싸는 데 급급해 언론의 기본사명, 국민의 알 권리는 관심 밖’이라는 <청와대브리핑>의 비판에 수긍하더라도 ‘주체’의 문제가 남는다. 보수언론의 공격 주체가 왜 청와대가 돼야 하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에 대한 감시에 나서야 할 시민사회세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반론이 가능할 법도 하다. <청와대브리핑>이 “언론 안과 밖에서 이런 비행과 탈선을 질타하고 견제하는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라고 질타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순진한 건가. 아니면 일부 언론과 언론시민단체들이 ‘일부’ 보수언론의 정파적 보도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을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대다수 언론의 무관심으로 이들의 움직임이나 활동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그래서 청와대가 나섰다’라는 주장을 할 생각이라면 접기 바란다. “정치권력이 언론의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수언론을 공격하는 청와대의 ‘진정성’에 등을 돌린 ‘지지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 싸움을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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