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막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조광래호 축구대표팀 엔트리를 살펴보면 예년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동에서 뛰는 선수가 '무려 3명'이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팀당 1명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가 정착된 뒤 우수한 한국 선수를 데려오려는 중동 팀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설기현, 이천수 등이 이미 중동 리그를 거쳐 갔고, 지금은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이안)이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세 명 모두 전임 허정무 감독 시절부터 주축 수비 자원으로 맹활약했고, 남아공월드컵 때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낸 바 있는데요. 이번 아시안컵에도 나란히 출전하는 가운데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이들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2010년 6월12일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 이영표와 조용형, 이정수가 일본 공격수 마에다를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꾸준함이 돋보이는 베테랑 이영표의 리드 능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정수-조용형 중앙 라인의 탄탄한 수비력은 벌써부터 든든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이들이 중동 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던 만큼 한국 축구가 껄끄럽게 여겼던 중동 축구의 벽을 완전하게 넘어설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모두 수비수인 만큼 중동 축구의 공격 스타일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수비적 측면 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 조율 면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여러 가지로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수비력에서 이들의 역할, 중요성이 강조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축구가 51년 만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중동이라는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만큼이나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만한 자원들의 활약이 필요합니다. 그런 역할을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유럽파들이 해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미 환경에 완전하게 적응해 있는 중동파들의 몫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모두 수비수로 구성된 중동파 3인방이 제몫을 다한다면 그만큼 탄탄한 수비진 구성을 바탕으로 조광래호의 우승 전선에도 분명히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이번 아시안컵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조광래 감독 출범 이후 중동파 3인방은 익숙하지 않은 전술 때문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조용형은 '포어 리베로'라는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 때문에 다소 어수선했고, 이영표는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중대한 실수'를 범하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포백 수비 형태로 다시 돌아가면서 월드컵 때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팀 우승에 기여하면서 조광래호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 선수로 모두 출전하며 원정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던 중동파 3인방이었습니다. 7개월이 지나 중동 땅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나란히 출전해 또 하나의 신화를 꿈꾸고 있을 텐데요. '중동 징크스'라는 한국 축구의 오랜 징크스를 떨쳐내면서 해묵은 과제를 풀어내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내는 중동파가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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