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소수 이사들이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보도 논란을 이사회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려다 부결되자 이사회를 보이콧했다. KBS 다수 이사들은 관련 보고가 이미 2주 전 경영진으로부터 이뤄졌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바가 없는 만큼 긴급 안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0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는 '시사기획 창' 관련 현안 논의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이사들 간 논의가 진행됐다. 앞서 소수 이사측의 천영식 이사는 지난 8일 해당 안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이사회에 건의했다.

여의도 KBS 사옥(KBS)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다수 이사들은 해당 안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했다. 2주 전 양승동 사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고, 이후 새로운 쟁점이 없는 상황에서 현안 논의가 긴급 안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 이사들의 판단이다. 조용환 이사는 "무리할 뿐만 아니라 무례한 안건"이라고 했다.

이에 천 이사를 비롯한 KBS 소수 이사들은 표결 전 해당 안건이 긴급 안건으로 상정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의사진행 발언을 반복 신청했다. 하지만 논의 여부를 두고 표결을 앞둔 상황인만큼 의사진행발언 자체가 논의의 시작이라고 판단한 김상근 이사장은 소수 이사들의 의사진행발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에 앞서 천 이사가 긴급 안건 상정 이유를 메일을 통해 배포한 점도 고려됐다.

의사진행 발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수이사측은 거칠게 항의했다. 특히 황우섭 이사는 세 차례에 걸쳐 김 이사장에게 다가가 손으로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사회 사무국장이 황 이사를 막아섰으며, 김 이사장을 비롯한 타 이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표결에 부쳐지자 천영식·황우섭·서재석 등 이사 3인은 말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반대 7인, 찬성 1인, 무효 3인 표결 결과에 따라 안건 상정은 부결됐다.

강형철 이사는 "(소수이사들이)이렇게 어린아이도 하지 않을 행위를 하면서 의장을 위협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괴감까지 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경달 이사는 "(소수이사측의)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고, 문건영 이사는 "다음 번 이사회 규정 개정 논의 때 질서유지와 발언권 관련 규정을 추가 제안하겠다"고 했다.

한편, KBS는 세 차례의 보도위원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불거진 허위·외압 논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해 현재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프로그램 검증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KBS는 지난 8일 낸 입장에서 "프로그램 재방 보류 결정 과정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면서 청와대의 정정·반론 보도 청구에 "적법한 절차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KBS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정·반론 보도를 정식으로 요청하기 전에 2차례 공개 브리핑을 통해 'KBS에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 불방 결정’에 외압 논란이 초래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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