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축구 축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이 지난 7일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3일간의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51년 만에 정상을 노리는 태극 전사들의 '왕의 귀환 작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진정한 아시아 최강 지위를 얻고 아시안컵에서의 명예 회복을 꿈꾸는 한국 축구의 도전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도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각 팀들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데다 저마다 비장한 각오로 대회를 치러 어느 대회보다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얼마 전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카타르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축구 변방이나 다름없던 중동의 소국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오일 달러'를 앞세워 성대한 개막식을 치르고, 최고 수준의 경기장 시설, '월드컵, 유로 수준'의 중계 화면을 제공하며 경기장 관중 뿐 아니라 안방 시청자들까지 만족시키고 결과적으로는 11년 뒤에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출발은 순조롭게 끊은 모양새입니다. 카타르, 그리고 아시안컵에 대한 편견이 그래도 어느 정도 이번 기회에 누그러지고, 좀 더 주가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기간에 타고 다닐 팀 버스. '왕의 귀환,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아시안컵은 전 세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회였습니다. 한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대항전이기는 했지만 유럽, 남미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경기력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팀들이 2진급 선수들을 내보냈던가 하면 명승부라고 기억할 만한 경기들이 많이 없었을 만큼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던 것이 컸습니다. 또 10년 전까지는 특별한 우승 프리미엄도 없어 각 팀 입장에서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는 대회가 아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은 뭔가 달라 보입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아시안컵에 대한 권위를 스스로 높였고, 카타르 역시 월드컵 개최권 획득을 통해 아시안컵의 격을 높일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놓으며 어느 때보다 아시아 축구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각 팀들이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갖출 만한 팀으로 참가시키도록 유도하면서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것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모하메드 빔 함맘 AFC 회장이 카타르 출신이어서 자국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를 떠나서 대륙을 대표하는 가장 큰 대회의 수준을 높인 것은 아시아 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월드컵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회를 치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갖는 대회가 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박지성, 혼다 케이스케, 팀 케이힐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나서면서 유럽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이들이 소속된 팀들의 손익 계산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이청용이 소속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볼턴 원더러스는 차출을 미뤄달라며 대한축구협회에 애원하다시피 하는가 하면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팀인 보훔도 정대세의 차출을 잠시 허용하지 않는 등 축구 최고 대륙이라 자부하는 유럽이 아시아에 곤혹스러운 장면을 수차례 보여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위상 변화에 대한 부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올해 열리는 첫 국제 대회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시안컵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시안컵의 격이 높아지면 그만큼 한국 축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만약 51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 우승에 버금가는 기분을 느끼면서 짜릿한 우승의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고 수준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 자체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명승부들을 펼치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승을 차지해 아시아 대표로 2013년에 열릴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선다면 상당한 자부심, 자신감을 갖고 세계 무대에 당당히 노크하는 계기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격이 높아진 아시안컵에서 당당하게 정상에 오르는 한국 축구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그려지고 기대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