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OBS가 방송부사장에 홍종선 전 OBS 방송본부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신임 방송부사장은 2011년 OBS 사내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로 의원 면직된 인사다. 경영상의 책임을 지고 면직된 인사가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자질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OBS 내부에서는 새로 생긴 '방송 부사장'직이 OBS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이는 '대주주의 방송개입 선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일 복수의 OBS 관계자들에 따르면 OBS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홍종선 전 방송본부장을 신임 방송부사장에 선임했다. 홍 신임 부사장은 오는 15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OBS 사옥 (사진=OBS)

홍 신임 부사장은 OBS에서 편성국장·방송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OBS의 문책성 인사 단행에 따라 의원 면직됐다. 당시 OBS에서는 기자협회, PD협회, 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촬영·카메라협회 등 모든 직능단체가 성명을 발표해 경영진과 주요보직 책임자들을 규탄했다. 제작 자율성 및 방송 공공성 훼손, 일방적 인사, '땜질'식 프리랜서 고용, 사내 소통 단절 등 회사의 파행적 조직 운영이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으로 터져나온 것이었고, 이에 회사가 인사를 단행하면서 홍 부사장도 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홍 부사장은 숭의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임용돼 최근까지 활동했다. OBS의 대주주인 '영안모자'는 1999년 학교법인 '숭의학원'을 인수했다. 숭의학원에는 숭의유치원, 숭의초등학교, 숭의여자중학교, 숭의여자고등학교, 숭의여자대학교가 속해있다.

이와 별개로 OBS 내부에서는 '방송부사장'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 OBS지부(지부장 박은종)는 성명을 내어 "지금이 방송부사장을 선임할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회사의 열악한 재정 상태와 제작환경을 고려했을 때 방송부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지적이다.

OBS지부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지금이 방송부사장을 선임할 때인가"라며 "모든 부서에서 인원이 부족하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그때그때 충원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 연봉의 방송부사장 선임이 웬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OBS지부는 "지난 수년간 내부 구성원들은 회사의 사정을 생각해 열악한 환경을 버텨왔다. 그런데 방송 부사장에 지급되는 급여는 OBS의 열악한 임금수준을 감안한다면 세 명을 채용할 수도 있는 금액"이라며 "우리 현실에서 부사장이 사원 세 명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니 1명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OBS지부는 신규 제작투자를 하지 않는 현재의 OBS에서 방송부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OBS에 필요한 건 방송부사장이 아니라 제작비 투자라는 게 OBS지부의 비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OBS지부는 이번 방송부사장 선임을 대주주의 '방송개입 선언'으로 간주하고 있다. OBS지부는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라는 사측의 주장을 100% 인정한다고 해도 현재의 OBS에는 방송부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더구나 이사회의 결정이면 곧 대주주의 결정이고 따라서 이번 방송부사장 선임은 대주주가 OBS의 보도와 제작에 거리낌 없이 간섭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OBS지부는 "결과적으로 지난번 방송본부장 외부 공모는 이사회에서 부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OBS지부는 향후 회사의 방송 부사장 인사 단행에 대해 성명 등을 통한 비판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내부 비판에 OBS 사측 관계자는 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번 방송본부장 공모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편성·제작 역량 강화와 콘텐츠에 신경쓰겠다는 취지에서 공모를 진행했고, 당시에는 적합한 인물이 없어 선임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에 후보자를 추려 이사회에서 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선임되는 분들의 급이 있으니 방송부사장으로 선임하자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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