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던 한국 축구. 하지만 외교적인 면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연달아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해 말,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패한데 이어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직을 유지하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마저 중동의 벽에 막혀 5선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로써 한국은 FIFA, AFC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어 사실상 스포츠 외교 입지가 좁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6일, 카타르 도하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에게 20대25로 패하며 5선에 실패했습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낙선으로 FIFA 부회장직 연임에 실패했고 함께 겸직했던 FIFA 집행위원, FIFA 올림픽분과위원장에도 물러나게 됐습니다. 1994년 FIFA 부회장직에 오른 뒤 17년 만에 막을 내린 셈입니다.
정 회장의 개인적인 아픔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축구가 '보이지 않는 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중동의 강한 입김 속에서도 꿋꿋하게 동아시아 축구의 대표국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극적으로 공동 개최를 통해 유치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한국 축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이 어떻게 보면 정 회장의 보이지 않는 숨은 힘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일본, 중국이라는 대국을 따돌리고 동아시아 대표 국가로서 입지를 다져온 데에는 정 회장이 분명히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몽준 회장이 FIFA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서 당장 한국 축구는 외교력에서 중대한 어려움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특히 아시아 전체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한국 축구의 외교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돼 당분간은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정 회장의 낙선을 계기로 일본, 중국 축구의 외교력이 조금이나마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 때문에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 모하메드 빔 함맘이 AFC 회장으로 있으면서, FIFA 부회장, 그리고 2022년 월드컵 유치까지 해낸 중동은 당분간 아시아 축구 외교력에서만큼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몽준 회장이나 김운용 씨 사례 모두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던 형식의 한국 스포츠 외교가 상당한 후유증을 가져온 셈입니다. 이번 정 회장의 낙선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 외교가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잠시나마 갖는 냉각기를 통해 한국 축구 외교력, 그리고 외적인 활동 면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돌이켜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패배에만 집착하고 진전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 그리고 한국 스포츠 외교는 그대로 정체기를 맞이하며 후유증이 상당 기간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한국 스포츠 외교가 환골탈태하고,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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