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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논의, 규제에서 퍼블릭 미디어 서비스로 전환을'[한국언론학회 세미나] "규제 논의 이전에 한국적 맥락과 글로벌 추세 살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08 09:1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미디어 산업의 뜨거운 감자다. 표면적으로는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OTT 논의가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논의는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의 시장 진입에 맞서 자국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활성화할 것인가가 논의의 화두로 자리잡게 된 측면이 크다. 

이에 기존 시장은 이른바 '합종연횡'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인수합병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회는 규제 논의를 중심으로 관련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대상을 '방송'으로 비교적 명확히 정의내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규정하기 쉽지 않은 OTT에 대해 섣불리 규제 논의부터 하기 보다는, OTT 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이해하고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할 수 있도록 '열린 판'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와 국내 OTT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3일 '국내 OTT 사업자의 합종연횡과 OTT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성민 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최근 국내 OTT 논의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OTT 논의의 한국적 맥락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와 국내 OTT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에서의 OTT 논의는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진입으로 시작된 듯 보이지만 사실상 한국에서의 OTT는 IPTV가 그 역할을 대신해왔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OTT가 했어야 할 일은 사실상 IPTV가 했다"며 "해외에서 OTT가 하는 것을 우리는 셋톱박스 위에서 시작한 것이다. IPTV는 케이블을 누르고 VOD 서비스 중심으로, 월정액 형태 묶음 서비스로 성장해왔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건 그것을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됐다'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비실시간 영상시청 관습을 익혀가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7년의 VOD 이용 추이는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10대와 40대의 이용이 특히 증가했으며 증가 폭이 가장 낮은 20대와 60대의 시청률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높게 나타났다. 

VOD 채널의 연령별 개인시청률 변화 (표=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방송영상 산업백서')

콘진원은 "디지털 전환이 지속되면서 VOD를 이용할 수 있는 가구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는 점,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비교적 자유롭게 시청 가능하다는 편리함 등이 이러한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VOD 이용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보편적인 시청 행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시청층의 OTT 이용률 증가와 스마트TV 성장 추이도 주목할만한 추세 변화다. 최근 3년간 연령별 OTT 서비스 이용률 추이를 살펴보면 10대와 20대는 소폭 감소한 반면 30대 이상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OTT 이용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이용률이 낮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나, 저연령층에서 시작된 OTT 이용이 고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스마트TV 보급률이 2017년 64%에서 올해 76%가 되었으며, 2023년에는 8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5년 정도 유효했던 TV와 모바일 분리 전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연령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 (표=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방송영상 산업백서')

여기에 OTT의 플랫폼으로서의 지위가 시장변화에 따라 무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플랫폼 성격이 강한 OTT가 글로벌 OTT 경쟁 가속화 등으로 인해 채널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디즈니는 오는 11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출시하고, 이와 동시에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거대 채널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각 채널을 구독해야 하는 시대가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OTT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모바일과 TV스크린의 통합에 대비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활성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를 위해 이 연구원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규제 틀을 먼저 고민할 것이 아니라, 기존 방송사업이 놓인 규제 상황이 환경 변화에 적합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등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원은 "사람들의 관습과 TV교체 시기가 있으니 바로 판이 바뀌지는 않겠으나, 무시할 수 없다"며 "(새로운 판이)기존 사업자들과 전부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면 큰 틀에서 규제 재편 논의가 있지 않았을 때 과연 OTT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과 절박한 대안 논의'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넘어 기존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적 고민이 있어야 경쟁력 강화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강 대표는 글로벌 OTT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변화 추이에 비춰볼 때 기존 전통 방송시장 재편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OTT는 그동안 '구독형 비실시간 모델'로 정의내려져 왔다면, 이제는 '광고형 실시간 모델'로까지 OTT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데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라는 구독 서비스와 함께 최근 광고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IMDB 프리다이브'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경영권을 가진 '훌루'는 낮은 구독료에 광고를 붙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시간 광고시장의 정점이자 전통적으로 방송산업 영역으로 여겨졌던 스포츠중계권에도 OTT가 손을 뻗고 있다. 아마존은 영국 프미리어 리그(EPL), 미국 프로미식축구 경기(NFL), 테니스 대회인 US오픈 등의 중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 OTT기업의 광고는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라는 점에서 방송광고와 차별점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어떤 습관을 기업이 가져가는가에 따라 판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분석이다.

@amazon prime video 'thursday night football'

강 대표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논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통합 OTT 논의는 유의미하고 필요하지만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콘텐츠 싸움만이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어떻게 기존 플랫폼(방송)을 넘어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직원 7000명의 구조를 뜯어보고 그들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조언이다. 

강 대표는 대안으로 '퍼블릭 미디어 서비스'를 제시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퍼블릭 미디어'의 모습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KBS도 논의하고 있지만, 브로드캐스팅(방송)이 아닌 퍼블릭 미디어 서비스로 재탄생해 중심축을 잡아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넷플릭스 대응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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