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개혁은 이뤄질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하던 시절, 그들은 국민 앞에서 대통령도 조롱했다. 대한민국 검찰을 상징하게 하는 이 대화는 사법 개혁이 절대 쉬울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문 정부 들어 검찰의 과거사위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법무부와 검찰에서 시작한 과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은 1년 6개월 동안 17개의 중요 사건을 조사했다. 그렇게 어렵게 조사된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선택은 형편없었다. 제대로 조사해 진실을 밝혀달라는 과거사위원회의 요구에도 단 6일 만에 정리하는 검찰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KBS 1TV <거리의 만찬> ‘과거를 묻지 마세요?’ 편

김학의 사건, 아니 윤중천 리스트 사건은 검찰의 비호가 존재한 사건이었다. 당시 김학의 사건을 맡아 무죄를 이끈 검찰이 황당하게도 과거사위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빚어졌다. 새로운 정부의 지시와 국민들의 관심으로 어쩔 수 없이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요식행위로 끝날 퍼포먼스로 보였다. 진실을 찾거나 진정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법무부나 검찰 조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권한은 주어지지 않고 조사만 할 수 있는 조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故 장자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인물들은 조사도 받지 않았다. 거부하면 그들을 끌어내 강제라도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권한은 조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싶어 한다는 이유는 바로 진상조사단의 역할에 한계를 뒀기 때문이다. 검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하나의 답만 존재한다는 것이 검찰 조직의 현실이었다.

김학의 사건을 비호하고 무죄를 내린 검찰. 김학의가 야밤에 해외로 도망치려다 걸린 희대의 사건에 긴밀하게 연루되어 있는 조직. 그들은 자체적으로 검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진상조사단이 힘겹게 수사를 하고, 과거사위원회가 제대로 조사를 해달라고 보낸 사건을 단 6일 만에 검찰은 자신들은 무죄라는 결정을 내렸다.

KBS 1TV <거리의 만찬> ‘과거를 묻지 마세요?’ 편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눈물을 보이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후속 조처가 없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검찰총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농성을 하고 있다는 공격까지 받았다. 사과가 끝이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인 조처가 필요하니 말이다.

공수처 설치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거부했다. 얼마 남지 않은 총장 자리를 내던질 정도로 그들은 똘똘 뭉쳐있다.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그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다. 최소한 상호견제가 가능해지면 지금보다는 덜 부패할 테니 말이다. 과거사위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웠던 것은 법무부장관의 결단이 모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개혁은 중요하다. 이대로 부패한 채로 썩어간다면 법치주의라는 가치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검찰은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시대다. 자신들이 했던 잘못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지 못하는 조직엔 현재도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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