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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아이언맨 없는 세상을 떠안은 소년, 어벤져스 그후 신화의 시작[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7.05 17:20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DC코믹스의 쟁쟁한 캐릭터들을 제치고 이 시대 액션 판타지 영화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세계관'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절정 아이언 맨부터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토르, 과거로부터 소환된 캡틴 아메리카 등 이종의 히어로들이 마치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식구들처럼 때로는 아웅다웅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남이가' 식의 일사분란한 지구구하기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전의 대장이 캡틴 아메리카일지언정 그 중심에 시리즈의 시작 '아이언 맨'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마블 캐릭터들의 거대한 연합작전 '어벤져스'의 마무리는 '아이언 맨'과의 작별이 되었다. 

아이언 맨이 없는 세상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다시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바로 그 '아이언 맨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 전설의 OST <보디가드>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울려 퍼지며 아이언 맨을 추억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저 영화 속 캐릭터였을 뿐인데, <어벤져스> 시리즈와 함께했던 관객들은 아이언 맨의 마지막 대사 'I'm Iron man'을 떠올리며 뭉클한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이방의 관객들이 이럴진대 영화 속 아이언 맨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오죽할까. 그리고 아이언 맨으로 대변되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에 의지했던 사람들의 상실감은. 

영화는 바로 그 혼돈과 혼란에 초점을 맞춘다.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남았던 지구인들,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왔다. 파커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그 '5년'의 공백은 웃자라버린 아이들과 미처 시간을 따르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시간차'을 어떻게든 메꿔가고자 애쓰는 학제로 영화는 혼란을 극복하려 애쓰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그저 시간을 달리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만이 힘든 것은 아니다. 사랑했던 이를 잃은 사람들은 아직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터 파커도. 부모님 없이 숙모와 살아왔던 피터에게 아이언 맨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 아버지는 죽고, 아버지의 '과업'만 남았다. 하지만 아직 너는 어리다며 가서 고등학생의 신분에 충실하라던 아이언 맨 앞에서 자기도 함께 싸우게 해달라며 '오버' 액션하던 스파이더맨은 아버지라는 배경이 없어지자 문득 두려워졌다. 그 두려움을 피터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또래 친구에게 사랑 고백도 하며 그렇게 일상에 침잠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풀고자 한다. '삶의 지체'다. 

누구라도 믿는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반면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아이먼 맨'이 지탱했던 세상, 타노스의 침략은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누가 우릴 구해주지? 그런데 마치 그런 사람들의 우려를 알기라도 하듯 '엘리멘탈'이 등장한다. 멕시코에서 나타난 얼굴이 있는 토네이도, 그리고 베니스에 등장한 물의 괴물, 공기, 물, 불, 흙이라는 자연의 4원소를 기반으로 한 '신종의 빌런'에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메시아를 갈망한다. 그리고 닉 퓨리에게서 울리는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전화를 받지 않는 스파이더맨 대신 '미스테리오'가 등장하여 '엘리멘탈'에 대치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새로운 히어로에 환호한다. 

스파이더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언 맨 대신 자꾸 자신을 찾아대는 닉 퓨리가 부담스러워 슈트까지 안 가지고 떠난 여행. 마치 자신을 쫓아오듯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엘리멘탈'을 안간힘을 써서 막아주는 '미스테리오'. 심지어 아이언 맨이 그랬듯이 인생 상담마저 마다하지 않는 이 푸근한 아저씨에게 자신의 '과업'을 냉큼 넘겨줘버리고 만다.  

그렇게 '현대의 신'이 사라진 세상,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의 혼돈과 혼란,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에서 도망치고 싶은, 아직은 채 성장하지 않은 히어로의 이야기를 풀어낸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의 설정은 절묘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영화 속 미스테리오는 '평행우주론'에 근거하여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온 '히어로'라 자칭한다. 그 차원의 지구에서 미스테리오의 가족은 물론, 지구를 파괴한 빌런 '엘리멘탈'이 또 다른 차원의 지구를 파멸로 빠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미스테리오의 주장은 또 다른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친근할 것이다. 

그 영화 역시 평행우주론에 기반을 두고, 여러 지구가 존재하며 그곳마다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차원이 무너지면서 이 '지구'로 몰려오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다른 차원에서 몰려온 배 나온 스파이더맨 아저씨를 비롯하여, 여자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돼지 등 6명의 스파이더맨은 이 차원의 지구는 물론 평행우주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위기에 '스파이더 어벤져스'가 되어 힘을 합친다. 

두 스파이더맨의 공통점은 '히어로의 상실'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피터 파커라는 히어로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다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아이언 맨의 죽음으로 그걸 이어받아 내가 의지했던 대상의 상실이라는 공통의 설정을 가진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이미지

반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설정을 뒤튼다. 다른 차원에서 온 동지, 미스테리오. 하지만 그 섣부른 믿음은 재앙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미스테리오'의 태생이 바로 신이었던, 아버지였던 아이언 맨의 경솔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가고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해피가 추억하듯 히어로이기 이전에 인간 토니 스타크는 경솔했고, 늘 저지르고 후회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신화'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전설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과업’을 짊어지기 버거워 도망치려 했던 피터는 이제 그 '아버지가 저지레 해놓은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으로 히어로로서의 임무에 첫 발을 내딛는다. 

아이언 맨의 유업까지 떠맡아야 할지 모를 '과업'이 버거웠던 피터는 고향인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놀러간다'. 하지만 그를 따라오듯 등장한 '빌런'. 도망치듯 유럽으로 떠났던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앞에 등장한 어마어마한 빌런이 '조작된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그곳을 향해 돌진한다. 그건, 자신을 짓눌렀던 어쩌면 또 하나의 조작된 환상일 수 있는 신화가 된 아버지 아이언 맨을 향한 돌진이요, 그저 어리숙한 착한 소년에 불과했던 자신의 지난날의 극복이다. 그렇게 소년 스파이더맨은 '아버지'를,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쓰레기를 밟고 '소년'의 시절을 경과한다. 그리고 그건 이제 더는 그가 뉴욕의 거리를 지키는 보이스카웃이란 존재에 머무를 수 없음을 뜻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포스터

과연 대장정의 막을 내린 <어벤져스>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그 과제를 마블은 기댈 곳을 잃은 소년 스파이더맨을 통해 다시 한번 '신화'적 서사의 틀을 빌려 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극복해야만 스스로 히어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신화 속 히어로들처럼 소년 스파이더맨은 '아버지의 과오'가 잉태한 집단 '미스테리오'를 통해 자신의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에서 한결 가볍게 첫 발을 내딛는다. 

심지어 아이언 맨이 만든 시스템 '이디스'를 자신의 손으로 넘겨주어 역으로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 오늘날 문명의 이기로 등장한 드론이 공격무기가 되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는 결국 좋은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누가 어떻게 제어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그 시스템 주체로서 자리를 거머쥔다. 자신의 친구들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여 예의 뉴욕 시절부터 그의 엔진이 되어왔던 '보이스카웃' 정신의 이타심으로 그 발걸음은 도약한다. 그리고 거기에 발판이 되는 건 아버지의 동지였던 닉 퓨리와 해피이다. <어벤져스> 이후의 신화, 그 시작은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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