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가 첫 돌을 맞았다. 최근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이하 협의체)에 참여해 '드라마 표준계약서' 시대를 열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이어질 협의체 후속 협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여전히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사·교양·예능 부문과 작가·독립PD 직군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전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방송스태프지부의 출범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정의당·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방통위·문체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정부부처, 방송단체, 시민단체 등 축사 속에 기념식이 진행됐다.

4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방송스태프지부의 출범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정의당·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방통위·문체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정부부처, 방송단체, 시민단체 등 각계 주체들의 축사 속에 기념식이 진행됐다. (사진=미디어스)

이 자리에서 김두영 지부장은 "불합리한 방송제작 현장 개선을 위해 노동자 스스로가 앞장서고, 지부 활동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지성원을 보내주고 있다"면서 "그 결과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드라마 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었고, 4자 협의체 내에서 방송제작현장에 모든 스태프들에게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 표준근로계약 시대가 열리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지난 1년 성과를 보고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최근 협의체가 사회적 합의 모델로 만들어 낸 '표준계약서 체결'을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김 지부장은 "방통위, 노동부, 과기정통부, 문체부, 공정위 등 정부부처가 소중한 사회적 합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며 "그 동안의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9월 말까지 세후사항을 합의해 2020년 방영 예정인 모든 드라마 스태프들에게 표준계약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이 협의체 합의 내용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요청한 배경에는 문체부의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 발표가 있다. 앞서 협의체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달 18일, 문체부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계약서 3종(근로/하도급/업무위탁) 중 적절한 표준계약서를 준용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방송사 또는 제작사로부터 업무상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스태프 개인은 계약기간이나 고용 형태(일용직, 일시적 근로관계 불문)와 무관하게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 등의 문구가 담긴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방송스태프지부는 해당 사용지침이 '턴키 계약'을 권장한다며 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해당 지침은 방송사와 제작사에게 표준근로계약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으로, 현장에서 방송사와 제작사들로부터 사실상 업무지휘를 받는 스태프들이 업무위탁계약서 작성이나 사업자 등록을 강요받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에 현재 문체부는 방송스태프지부와 면담을 진행하고, 협의체 결과에 따라 사용지침이 개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관련기사▶문체부, '방송 표준계약서 사용지침' 개정 시사)

또한 김 지부장은 향후 시사·교양·예능 등 드라마 외 방송분야와, 작가·독립PD 등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타 방송업 직군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부활동을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념식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제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는데, 이한빛 PD 사망 사건을 가장 먼저 맞닥뜨렸다. 근로기준법 그 안에서도 노예제 시대에나 있을법한 노동시간 특례조항이 있고, 그것 때문에 하루 14시간, 16시간, 20시간 스태프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며 "이건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주 40시간 노동제와 특례조항 폐지 가지고 엄청 싸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러나 결국 주40시간 노동제는 단계를 거쳐서, 처벌은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고 법안 통과되자 마자 날아온 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였다. 노동자의 자그마 한 권리 보장은 이렇게 힘든데 기업인 민원은 어떻게 전광석화처럼 국회 담장을 넘어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다행히 방송스태프지부가 노력을 기울여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드라마 현장을 뛰어넘어 시사·교양·예능 등 방송업계 전체에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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