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KBS가 기독교 전문매체 뉴스앤조이 기사를 다시 보도하면서 [단독]을 붙였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은 ‘언론의 단독병’ 칼럼에서 “기자들이 공익보다는 자기네 언론사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고 썼다.

지난달 27일 KBS 뉴스9은 사랑의 교회 예배당 관련 보도를 방송했다. 사랑의 교회의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될 수 있지만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영원히 예배당 점용 허가를 해드리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또 KBS는 박원순 시장이 사랑의 교회 헌당식에 참여했으며, 대법원에서 사랑의 교회 도로 점용 허가 취소 판결을 내리면 서초구가 철거비용 400억 원을 물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3건의 관련 기사에 모두 [단독] 표기를 달았다.

▲KBS 사랑의교회 관련 보도 (사진=KBS 홈페이지 캡쳐)

[단독]은 다른 언론사가 다루지 않은 독창적인 기사를 뜻하는 말이다. 이건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2008년 <한·미 신문 기사의 심층성과 신뢰도 및 독창성 분석 : 6개 한국 신문과 2개 미국 신문 1면 기사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단독 기사를 “다른 언론사 기사에는 없는 정보를 한 언론사만 독점하고 있을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뉴스앤조이는 <사랑의교회의 화려한 헌당식…서초구청장 "점용 허가 계속 내줄 것"> 보도를 통해 조은희 구청장의 발언 등 관련 소식을 전했다. 또 박원순 시장이 헌당식에 참여했으며 유력 정치인들의 영상 축하 메시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KBS는 사랑의교회 도로 점용건을 취재하면서 뉴스앤조이의 도움을 받았다. 구권효 뉴스앤조이 편집국장은 3일 <[편집국에서] 언론의 단독병> 칼럼에서 “사랑의교회를 취재하는 뉴스앤조이 기자는 최근 KBS 기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KBS 기자는) 뉴스앤조이 기사를 통해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초 예배당 헌당식에서 한 발언을 접했다며, 이를 다루고 싶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일 뉴스앤조이의 사랑의 교회 관련 보도 (사진=뉴스앤조이 홈페이지 캡쳐)

구권효 국장은 “이번에도 위와 같은 이유(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로 도와줬다”면서 “KBS 뉴스9에서 관련 보도가 시리즈로 나왔고, 삽시간에 수백 수천 건의 인용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밝혔다.

구권효 국장은 “심기를 거스르는 게 하나 있었으니, KBS 기사 제목 앞에 붙은 '단독'”이라면서 “KBS가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반론을 추가 취재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 달 전 발언으로 타이틀을 잡으면서 '단독'을 단 것은 웃기는 일이다. 이 발언은 이미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교계 언론들이 그때 다 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권효 국장은 “(단독이라는) 단어 하나, 문구 하나가, 기자들이 공익보다는 자기네 언론사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구권효 국장은 “한국 언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독 경쟁은 그 자체로 문제이며 덩치 큰 언론사가 전문지를 무시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면서 “답장이 왔고 자기들 나름의 기준으로 '단독'을 달았다는 해명이 있었으나, 여전히 설득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영방송의 데스킹 수준을 의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사 수정 [7월 4일 오후 5시 37분]

이에 대해 KBS 문화복지부는 “지난달 8일 뉴스앤조이가 작성한 기사를 봤다. 해당 기사를 통해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발언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참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취재를 시작했다”면서 “발언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회 홈페이지에 정치인 발언 부분이 없어 뉴스앤조이 측에 자료를 얻었다. 리포트에 화면 제공처를 표기하겠다고 제의했지만, (뉴스앤조이 측에서) ‘사랑의교회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녹화한 영상을 다시 배포한 게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KBS 문화복지부는 “애초 뉴스앤조이의 기사는 조은희 청장과 박원순 시장의 참석 사실과 발언 내용만 있었다. 추가 취재를 통해 당사자의 반응, 과거 발언과의 비교, 교회 측의 반응, 소송 검토 중인 사실, 주민감사 청구 등 다양한 팩트를 추가 취재해 발제했다”면서 “지난달 27일 첫날 보도에서 리포트 3개를 하나의 완결된 아이템으로 보고 모두 [단독] 타이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날 후속 보도에서 기독교 전문매체 기사를 통해 발언을 처음 접했다는 사실과 추가 취재를 통해 여러 단독 팩트 확보했다는 사실 적시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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