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해 한국 스포츠는 쉼 없이 달리며 다양한 성과와 쾌거를 이뤄냈다.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첫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빙상 코리아’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세계 5위의 쾌거를 이뤘다. 또 6월에는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냈으며, 7-8월에는 여자 20세 이하 팀이 3위, 17세 이하 팀이 우승을 차지하며 여름을 행복하게 했다. 이어 11월에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인 금메달 76개, 은메달 65개, 동메달 91개를 획득하며 4회 연속 종합 2위에 성공했다. 그밖에도 각 종목별 세계선수권 등에서 크고 작은 성과들을 다양하게 이뤄내며 ‘스포츠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알렸다.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은 스타급 선수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올해는 유독 신예들의 대거 등장이 눈에 띄었다. 차세대 간판으로서 향후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쓸 젊은 선수들의 등장은 꾸준한 발전을 꿈꾸는 한국 스포츠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 신예 기대주들이 누가 있었는지를 정리해봤다.

올해 가장 많은 신예가 배출된 대회를 꼽는다면 단연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역대 원정 최고 성적으로 종합 2위에 오르는 데 한 몫 해낸 젊은 선수들은 이번 쾌거를 발판 삼아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진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려 한다.

▲ 김우진 ⓒ연합뉴스
양궁의 김우진(충북체고)은 아시안게임이 배출한 최고 신예 스타다. 예선에서 1천387점을 기록해 ‘선배’ 오진혁이 갖고 있던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신기록을 쏘아올린 김우진은 고교생답지 않은 대담한 기량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단 한 번도 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한국 양궁의 마지막 한(恨)을 풀 수 있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해 10점을 쏘는 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꾸준히 자기 기량만 잘 유지해 나간다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남자 개인전 첫 금메달의 영광을 누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정다래(전남수영연맹)도 한국 여자 수영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대주로 또 한 번 입증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로마 세계수영선수권 여자 평영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정다래는 ‘얼짱 스타’라는 부담을 털고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또 한 명의 ‘얼짱 스타’ 리듬체조 손연재(세종고)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거는 수확을 거두면서 실력 있는 기대주임을 재확인했다.

▲ 손연재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단일 최다 금메달을 따낸 사격에서는 이대명(한국체대)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간판 진종오에게 온갖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가운데서 이대명은 남자 50m 권총 단체, 10m 공기권총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 세 개를 쓸어 모아 진종오의 뒤를 이을 기대주임을 확인했다. 그동안 번번이 진종오에게 막혀 ‘2인자’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것을 잠시 뗄 수 있었던 이대명이지만 선배 진종오와 함께 한국 사격의 든든한 자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체조 도마 부문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양학선(광주체고)도 빼놓을 수 없는 신예 기대주다. 이미 첫 출전한 세계 기계체조 선수권에서 당당히 4위에 올라 가능성을 인정받은 양학선은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홍철 이후 맥이 끊겼던 한국 도마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생애 첫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 단 한 번도 금메달을 가져오지 못했던 한국 체조의 한을 풀어낼 후보로 주목받았다.

평소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던 태권도에서는 이대훈(한성고)이 남자 63kg급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일한 희망’으로 주목받았고, 노골드에 그친 탁구에서도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정영식(대우증권)과 김민석(한국인삼공사)이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이효정과 짝을 이뤄 출전한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낸 신백철(한국체대)도 아시안게임에서 눈에 띈 기대주였다.

비록 아시안게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육상 단거리 기대주이자 에이스로 떠오른 김국영(안양시청)도 주목할 만 했다. 김국영은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육상선수권에서 1979년 서말구가 갖고 있던 육상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32)을 0.09초 앞당긴 10초23의 기록으로 들어오며 31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육상의 숙원과도 같은 과제를 풀어낸 김국영은 아직 다듬어야 할 것이 많은 신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어 내년에 또 어떤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동계 종목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빛났던 한 해였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공교롭게 3개 금메달을 따낸 선수 모두 20살 안팎의 신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래도 이상화(한국체대)는 이미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였지만 모태범, 이승훈(이상 한국체대)의 등장은 꽤 신선했다.

이강석, 이규혁에 온갖 시선이 쏠려있던 가운데 모태범은 남자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단숨에 단거리 분야 에이스로 떠올랐다.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쇼트트랙 선수로 뛰다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한 이승훈은 남자 5천m에서 은메달, 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중장거리 최고의 선수로 단번에 우뚝 섰다. 모두 대회전까지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었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고 이를 악물며 경기에 나선 덕분에 자신의 존재감도 알리고,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위상도 높이는데 한 몫 해낼 수 있었다.

올해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기대주들은 내년에 더 나은 도약을 자신하며 ‘내일은 진정한 스타’를 꿈꾸고 있다. 새롭게 도전을 펼치며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히고 비전을 제시할 아마추어 스포츠 기대주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지켜보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웹진 '스포츠둥지' 대학생기자단에도 함께 송고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