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연초부터 언론계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종합편성채널.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가 쏟아지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종편은 미디어 빅뱅 시대에 미디어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방송 및 광고 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만능 재주꾼’임이 틀림없다.

이들은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지면을 통해 노골적인 특혜 요구를 당당하게 밝히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종편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특헤는 △지상파 채널 사이 황금채널(5·8·10·12번) 진입 △전문 의약품 방송광고 금지품목 축소 △KBS 2TV 광고 폐지 등이다. 이러한 종편 사업자들의 주장 가운데에는, 종편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 지역방송, 종교방송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찾을 수없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스
현재, 언론계 내부에서는 향후 종편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면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지상파 뿐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종교방송, 나아가 지역방송, 지역신문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군소매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전화 연결에서 “지상파 중에서도 시청률이 좀 낮은 프로그램들은 아마 종편들이 만들어내는 킬러콘텐츠라고 하는 조금 좋은 프로그램들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 다음 종교방송, 지역방송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신문, 잡지, 옥외, 이런 쪽의 다른 매체들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디어스>는 이에 YTN, 지역MBC, 평화방송, 불교방송에 속한 구성원들이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들 모두, 종편으로 인한 광고 시장 축소를 가장 우려했다. 조중동이 요구하고 있는 종편 특혜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종편 사업자들의 언론의 공적 책임을 잘 감당할거라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두 부정적으로 답했다.

YTN 관계자 “연합뉴스 보도 진출, 후안무치”

YTN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종편으로 인한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개의 종편 사업자가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광고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과 걱정이 크다는 것.

그는 조중동 등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이 지면을 통해 노골적으로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종편에게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 조중동의 논리는 말이 안 된다. 그나마 있는 한정돼 있는 광고 시장을 찢어 자기들이 먹겠다는 것이다. 처음 방송법 등을 추진하면서 했던 ‘방송 광고 시장 확대를 통한 고용 창출’이라는 사탕발림은 결국 조중동에게 광고를 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 유독 종편 사업자에게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과거 YTN을 설립했다 경영 악화로 YTN을 공기업 등에 매각한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더욱 매서운 비판을 이어갔다.

“YTN 구성원으로서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한 것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정말 창피한 일,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합뉴스는 과거, YTN을 설립했다가 케이블 시장의 성장이 더디고 적자가 쌓이니까 결국 YTN을 팔았다. 못 하겠다고 하던 연합뉴스가 이제와 시장이 된다고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황당한 일이다.”

김창식 춘천MBC지부장 “종편 출범, 가장 먼저 지역방송이 피해 볼 것”

지역방송의 위기의식도 컸다.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했을 때 광고, 인력, 재원 등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역방송들은 종편 출범을 앞둔 지금,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려의 목소리는 많지만, 구체적으로 종편에 맞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김창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춘천MBC 지부장은 “종편의 출범으로 일단 재원이 축소될 것”이라며 “EBS를 포함한 지상파 4개에서 종편까지 더해지면 모두 8개가 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지역방송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C를 예로 들었다. ‘심장과 머리를 자르면 살 수 없기에, 팔과 다리를 먼저 자르려고 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비유도 들었다. 가장 먼저 지역에 대한 정리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MBC에서는 이미 지역MBC에 대한 정리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진주창원MBC의 통폐합이 진행 중이며, 다른 지역의 MBC에 대해서도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을 비롯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이유에서 가장 먼저 지역부터 정리하는 모양새다.

그는 조중동의 종편 특혜 요구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 MBC의 공영적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지역MBC라고 생각한다. 시청률 경쟁을 위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여론 형성과 지역 문화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것 등이 지역MBC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산업화 하겠다는 명목으로 종편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지원해주는 반면, 나머지 미디어에 대해서는 규제를 걸어놓고 있는 것은 불공정하다.”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추진 과정에서 군소매체에 대한 지원, 배려 방안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언론법을 입법 발의한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을 항의 방문 했을 때, 지역방송의 문제를 제기하면 한나라당 의원마저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며 “그러나 거기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이러한 법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당사자들(지역방송을 비롯한)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된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종편이 언론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신문과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이행 정도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방송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SBS와 같은 민영방송, 지역민방 등은 민간 소유이지만, 소유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지워진 공적 책임과 의무가 크다. 조중동과 매경의 경우, 각 매체에 속한 언론인들이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노력은 했겠지만 그 언론 자체가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또, 현재 종편은 공적인 의무를 하나도 지지 않고 있다.”

불교방송 “종편 피해, 지상파 뿐 아니라 지역·종교방송으로 이어질 것”

종교방송이 입게 될 타격도 불 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 있는 종교방송은 종편으로 인한 경쟁이 본격화 되면, 다른 매체에 비해 더 쉽게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불교방송>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종편으로 인해 광고 시장이 ‘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광고 시장의 포화 상태를 걱정 안 할 수가 없다. 불교방송의 경우, 지상파와 비해 열세에 있다 보니 광고가 20~30% 줄어든 상황이다. 광고 시장이라는 게 파이가 정해져 있는데 서로 광고를 유치하려는 매체가 많아질수록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는 그러면서 “종편 뿐 아니라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는 등 미디어 환경 자체가 변화한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금 채널을 비롯한 조중동의 노골적인 특혜 요구에 대해서는 ‘관치’라는 표현을 빗대, 강하게 비난했다.

“처음, 정부가 미디어 사업을 시작할 때 내세운 큰 명분이 ‘규제 완화’였다. 정부로부터 규제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채널을 지정하는 것은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의 고유 영역이다. 그렇기에 황금채널은 이율배반적이다. 미디어법을 그렇게 날치기 처리 해놓고, 실질적으로 케이블 내 채널 번호를 간섭하는 것은 새로운 관치다. 채널 번호 등은 케이블TV방송사업자의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조중동이 황금 채널을 요구하는 것은 되레 시장 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역방송, 종교매체를 비롯한 군소 매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방송이 지나치게 시장, 시청률 경쟁으로 가기 전에, 방송 공공성과 자율성 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조중동과 매경이 그들끼리 싸움을 한다면, 그 피해는 기존에 있는 지상파로 이어질 것이고, 그 중에서도 지역 민방과 종교방송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하반기에 종편을 출범시킬 예정인데, 그때 가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 고치려고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종편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공정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공성 등 기준이 비교적 엄격하지만 신문에 대해서는 공적 기능을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다. 또, 지상파와 케이블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 조중동 종편이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공정성 이런 부분들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국가기간통신사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채널을 하나 더 가진 거라고 본다.”

평화방송 “조중동, 언론이기를 포기한 장사 개념에서 특혜 요구”

<평화방송> 라디오국 오동선 PD도 종편 사업자들의 특혜 요구에 대해 “언론이기를 포기한, 순전히 장사 개념에서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큰 방송사든 작은 방송사든 공적 개념을 갖고 존재한다”며 “평소에는 방송의 공적개념 앞세웠음에도, 종편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강자 위주의 논리 구조가 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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