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히 편향된, 오버하는 야구이야기. 서글퍼지며 하는 낮 경기 타령에 불과한 아주 부끄러운 이야기. 지역에서 사는 지역 구단을 중계하는 담당PD이자, 지역에 사는 야구팬으로서 쓰는 솔직한 자기 고백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듯. 무승부와 관련한 오락가락만큼이나, 혹은 그것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낮 경기"에 대한 언급.

늘 낮 경기를 이야기하면서 마음 한 켠에 불편함 같은 것도 있습니다. 방송에 의해 시간을 변경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깐요.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방송과 무관하게 얼마 정도의 낮 경기가 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죠.

무엇보다 낮 경기의 이야기 가운데 핵심 중 핵심은, 원정 일요일 지방 야구장 관람의 가치가 있다는 점에 최우선을 주고 싶습니다만... 구체적인 사례가 없으니 늘 설득력이 없는 것 같아, 낮 경기에 대한 가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볼까 하는데요.

지난 1년간 주변에서 직접 목격한 야구 주변의 이야기들 두 가지로 시작해봅니다.

#사례1
부산에 사는 K군, 조카와 사직을 찾았던 2010년 개막전을 잊지 못한다. 꽃샘추위라는 보도에도 부산에는 그런 추위가 없다고 굳게 믿고 야구장으로 향했던 K군과 그 조카. 개막전의 추위는 상당했고, 경기도 어이없는 실책으로 아쉽게 지면서 그 싸늘함과 추위는 한층 더해졌는데..

문제는 초등학생인 조카, 이날 추위에 이어 4월 야구장에 한 번 더 다녀온 이후 지독한 독감에 걸려버렸다는 거. 4,5월까지는 주말 경기라도 따스한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K군의 조카, 초등학교 5학년 C군의 추억이다.

#사례2
일산에 살고 있는 L모씨. LG팬인 L모씨는 지난 프로야구 대구에서의 개막전까지 내려와서 LG를 응원하는 열혈팬이다. 물론 적극적인 구단 활동을 하진 않지만, LG의 경기는 가능한 목동-문학이라도 가서 보는 뜨거운 야구팬!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기억이지만, 그는 주말 근무 뒤 대구에서 즐겼던 LG응원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2009년 5월 10일 LG를 응원하러 서울역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찾아온 L씨, 경기 도중 믿지 못할 상황을 마주했는데..

바로, 3루수 정성훈이 7회 수비 도중 쓰러졌다는 거.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참 어처구니없고, 조금은 화가 나는 기억. 5월이지만 조금은 무더웠던 대구의 날씨에 짜증도 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더위를 감안한 낮 경기가 아니었으면 대구까지 관람을 꿈꾸지도 못했다는 기억이 떠올라 웃음짓는다.

낮 경기란 건 중계와 상관없이 야구의 풍경을 다양하게 만들고, 봄과 가을의 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가치가 있습니다. 고작, 1년에 개막전과 어린이날 2~3일에 머물 만큼 문제 있고, 가치 없는 경기가 아니란 거죠.

우리 프로야구의 풍경에선 너무나 보기 힘든 낮 경기의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비슷한 포스팅을 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도 "낮 경기의 입장차"라는 포스팅으로 낮 경기의 필요성은 강하게 언급했다는 거.

무엇보다 낮 경기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상대적 이득이 없는 구단들과 스포츠채널, 그리고 관련 베팅업체들의 이해관계에 근거합니다. 그런 여러 입장들 속 낮 경기의 유리함은 오직 지역방송에게만 있는 듯 하죠.

뭐, 따지고 보면 그런 지역언론이나 지역방송에서의 야구중계가 큰 의미나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중계하는 스포츠 채널보다 더 잘하긴 힘들고, 낮 시간에 하는 드라마 재방송이 더 보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역의 구단들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걸 더욱 확고히 하며, 팬들의 입장을 담아 중계를 한다는 거. 그리고 그런 노력들 사이에 때론 중앙에서 소외되고 비난받는 지역의 우리 팀에 대해 지역방송만큼은 확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작은 가치일진 몰라도 무시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될 가치란 생각을 해봅니다. 더구나, 다른 나라의 야구의 경우도 지역방송 중계의 빈도나 가치는 분명 존재하죠. 우리처럼 중앙 일변도의 방송 시스템이 무조건 옳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

과거 초창기의 야구 발전과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제작부터 스포츠 채널들이 중계를 거부하던 순간까지, 지역방송도 야구와 늘 함께 했다는 거. -그럼에도 서울에 근거한 전국 지상파의 중계에만 시간변경을 허하는 부분에 그런 아쉬움은 더욱 깊어집니다.-

분노에 차서 두서없이 투덜거려본 야구이야기. 야구에 대한 애정과 스포츠PD로서, 지역방송으로서의 고민에 쓴 분노의 포스팅. 지역에 사는 가치나 지역방송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에 마음 아픈 계절이 또다시 시작되려나 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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