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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작권 인식 수준, 1950년대 미국과 비슷해"[토론회] 창작노동자 권리 보호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방안…"독립PD 작품의 저작권은 항상 방송사 소유"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6.30 22:0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독립PD·작가 등 창작노동자의 저작권 및 권리 침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립PD는 방송사에, 작가 등 출판 창작노동자는 플랫폼 사업자 출판사에 수익 등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결책으로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가 제시됐다.

28일 문화예술노동연대·오픈넷·커먼즈재단 주관으로 <창작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및 도입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한경수 독립PD는 “독립PD 작품의 저작권은 항상 방송사의 소유였다”고 지적했다.

한경수 독립PD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여러 가지 권리가 생긴다. 방영권·복제배포권·전송권·출판권 등”이라면서 “이런 권리는 모두 방송사에 넘어간다. 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획득한 원본 영상의 저작물까지 방송사에 넘어간다. 작가나 독립PD의 권리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한경수 PD는 “독립PD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고 할 때, 방송사에 허락을 얻는 경우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창작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및 도입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실제 고 박환성 PD와 EBS가 맺은 ‘야수의 방주’ 제작계약서에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 권리가 방송사의 소유가 된다는 조항이 있다. 독립PD들은 “저작권을 넘기면 제작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협의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사실상 강제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다큐멘터리 촬영 원본에 대한 저작물 역시 방송사가 독점하게 되어 독립 PD들은 2차 저작물 제작을 할 때 방송사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경수 PD는 “미국은 1950년대 방송사의 저작권 독점을 없애기 위한 규율을 만들었다. 정부가 규정을 만들자 민간 영역에서도 공정한 거래 조건이 정착됐다”면서 “한국의 저작권 인식 수준은 미국의 1950년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하신아 씨는 “한국 디지털콘텐츠 플랫폼 유통구조는 기형적”이라고 했다. 하신아 씨는 웹툰·웹 소설 유통 플랫폼이 재하청 구조를 만들었고, 작가의 수입은 실제 작품 수익에 한참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가령 한 웹 소설이 1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면, 거대 플랫폼에서 5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거대 플랫폼은 레진코믹스 같은 중소플랫폼에 50%의 수수료를 떼고 작품을 재판매한다. 이런 재하청 구조를 통해 작가가 얻는 수익은 실제 매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하신아 씨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매출 공개의 의무가 없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얼마의 매출을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서로 동의를 하고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온다. 플랫폼 사업자와 창작노동자 사이에 권력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저작권 양도계약 후 저작자가 얻은 이익이 정당하지 않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마련 ▲창작물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 금지를 규정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안은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김동원 강사는 “현재는 독립PD와 제작사가 방송사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IPTV, OTT 서비스와 싸우게 될 것”이라면서 “빨리 저작권법을 통과시키고,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된 입법 미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수 PD (사진=미디어스)

한경수 PD는 “방송사가 저작권을 저작자에게 넘겨준다면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수 PD는 “영국은 1970년대 저작권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했다. 영국의 방송사는 계약서에서 저작자에 대한 권리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면 오프콤(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의 제재를 받는다”면서 “제도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독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경수 PD는 “영국 방송사들이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장하자 방송 수익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경수 PD는 “영국의 창작자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2차 창작물을 만든다”면서 “창작자는 추가 수익의 15%를 방송사에 제공한다. BBC가 이렇게 얻는 돈은 1년에 500억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하현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 사무관은 “문체부도 콘텐츠 산업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거대 권력을 지닌 플랫폼 사업자·방송계와 창작자 사이의 불균형이 있다. 또 문체부가 만든 표준계약서의 작동이 어렵다는 점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현진 사무관은 “저작권 관련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해외사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창작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및 도입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는 신동근·노웅래 의원 주관, 문화예술노동연대·오픈넷·커먼즈재단 주관으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자는 한경수 독립PD, 하신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유영소 어린이청소년 책작가연대 였다. 토론자로는 하현진 사무관, 이영록 한국저작권위원회 실장,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김현정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최인이 충남대 교수,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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