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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토착기업의 지역신문, 대체로 역시나대주주 관련 문제 외면 또는 옹호기사 작성…"편집권 독립 확보가 핵심"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7.02 08:2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1. 지난해 6월 26일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큰불이 났다.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아파트는 충청지역 건설사 부원건설이 시공하고 있었다. 충청 지역 신문은 지면을 통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중도일보가 지면에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다. 중도일보의 대주주는 부원건설의 계열사인 부원산업개발이다.

#2.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8월 배성로 전 동양건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배성로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건설 임원에게 뒷돈을 주고 각종 특혜를 받았다. 한겨레·한국일보 등은 배성로 전 회장의 피의사실을 알리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영남일보에서는 “포스코 검찰수사, 동양종합건설, 한겨레·한국일보 등 횡령 주장·비자금 조성은 오보, 사실관계 제대로 알고 써야”라는 기사가 나갔다. 배성로 전 대표를 옹호하는 기사였다. 영남일보의 대주주는 운강건설·동양에코다. 이 회사는 배성로 전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건설사의 중앙언론 지분확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흥건설그룹은 5월 헤럴드경제의 대주주가 됐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 19.4%를 인수하고, 한국경제신문의 지분 0.15%를 사들였다. “건설사가 언론사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건설사들은 일찍이 지역 신문사를 사들였다. 미디어스는 지역 건설사·토착기업이 소유한 지역신문을 살펴봤다. 그 결과, 일부 지역신문은 대주주 옹호 기사를 작성하거나 대주주가 관여된 사건을 다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의 입김이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지역신문에서 나타난 현상이 중앙언론에서 재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부원건설, 중도일보 CI (사진=부원건설, 중도일보 홈페이지 캡쳐)

올해 1월 3일 차암초등학교에 큰불이 났다. 증축 공사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차암초 증축 공사 시공은 부원건설이 맡았다. 이날 중앙·지역을 포함한 언론이 차암초 화재 사건을 보도했지만, 충청 지역신문인 중도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중도일보의 대주주는 부원산업개발이며 부원산업개발의 모회사는 대전 지역 건설사인 부원건설이다. 

지난해 6월 26일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파트 시공사는 부원건설이었다. 27일 대다수 충청지역 언론사는 지면을 통해 화재 소식을 알렸지만, 중도일보는 화재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중도일보가 세종시 아파트 화재 소식을 기사로 알린 건 사고 21일 후인 7월 17일이다.

개별 사건에 대한 보도화는 언론사의 자유다. 하지만 중도일보가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도일보 관계자는 “계열사(부원건설)에서 시공해서 (차암초, 세종시 아파트 화재 기사를) 안 썼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연결이 됐으니까 그랬을 거다”라고 답했다. 중도일보 관계자는 “편집국 내부에서 고민은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영남일보의 대주주는 포항 지역 건설사인 운강건설이다. 운강건설은 영남일보의 지분 49.19%를 소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동양종합건설 계열사인 동양에코(지분 46.95%)다. 동양종합건설은 포항에 있는 건설사다. 운강건설과 동양종건은 같은 계열에 있는 회사다. 배성로 전 동양종건 대표는 운강건설의 지분 74.5%를 가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13일 하도급업체 선정을 도와준 대가로 포스코건설 임원에게 뒷돈을 주고, 운강건설 해외법인 자금을 횡령한 배성로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배성로 전 대표가 포스코에 뒷돈을 줬다는 의혹은 2015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2015년 8월 12일 배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다수 언론은 배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에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2015년 8월 영남일보 사설 "지역경제·기업 죽이는 검 수사 누가 공감하겠나"

영남일보는 달랐다. 영남일보는 8월 12일 <포스코 검찰수사, 동양종합건설, 한겨레·한국일보 등 횡령 주장·비자금 조성은 오보, 사실관계 제대로 알고 써야>를 통해 기존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영남일보는 8월 19일 <동양종합건설, 검찰 적용 혐의 내용 조목조목 반박> 보도에서 배성로 전 대표를 옹호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또 20일 사설 <지역경제·기업 죽이는 검수사 누가 공감하겠나>에서 "배성로 전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광주일보의 주요 주주는 효성(지분율 49%)과 행남광물정제(지분율 24.5%)다. 김여송 광주일보사장은 효성·행남광물정제와 가족관계를 맺고 있다. 김여송 사장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사돈 관계이며,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과 사촌 관계다. 2015년 효성·행남자기 컨소시엄이 광주일보를 인수하자 지역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컷뉴스의 <"사돈과 사촌동생이 대주주" 김여송 사장의 광주일보 '사유화'> 보도에 따르면 광주일보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특정 전남도지사 후보를 출마 예상자 명단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역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여송 대표의 고향 후배였던 모 후보가 처신을 잘못해 김 대표의 눈 밖에 나면서 광주일보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했다는 소문이 지역 정가에 파다하면서 웬만한 정치인들이 김여송 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광양시 소재의 내화물 제조업체 조선내화는 전남일보의 대주주다. 이재욱 전남일보 사장은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의 사촌이다. 이재욱 사장은 대주기공 사장직을 역임하고 있으며, 대주기공은 조선내화의 특수관계사다. 전남일보에는 조선내화의 사회공헌활동 소개 기사, 조선내화 노사 임단협 기사 등이 다수 있다.

중흥건설은 2017년 5월 남도일보를 인수했다. 남도일보는 중흥건설에 인수된 후 아파트 광고 기사를 다수 작성했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남도일보는 2017년 1월에서 5월까지 중흥건설 아파트 관련 기사를 단 2개만 보도했지만, 인수 이후 50여 일 만에 14개의 아파트 소개 기사를 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에 “편집회의에서 자중하자는 얘기가 오갔다. 사실 저희들도 부끄러운 일이라 앞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현재 남도일보는 중흥건설 관련 기사를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남도일보는 지난달 28일 ‘나주중흥골드스파&리조트’ 행사 소개기사를 작성했다. 지난달 11일과 14일에는 중흥 S-클래스 분양 소개 기사를 냈다. 남도일보는 “교육환경이 뛰어나다”, “다양한 생활인프라도 갖췄다” 등 아파트의 특장점 등을 소개했다.

부영주택은 인천일보·한라일보의 대주주다. 인천일보는 부영주택이 대주주가 된 후 회사 논조가 크게 바뀌었다. 부영주택은 인천 송도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영그룹에 인수되기 전 인천일보는 “테마파크를 짓지 말고 송도 유원지를 시민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했다.

▲부영그룹, 인천일보, 한라일보 CI (사진=부영그룹, 인천일보, 한라일보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부영주택이 인천일보를 인수한 후, 인천일보는 송도테마파크를 옹호하는 기사·사설을 썼다. 이인수 인천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부영은 인천일보의 대주주다. 상식적으로 (부영이) 주인이 된 것”이라면서 “우리 식구인데, 그런 차원에서 기사 논조가 바뀌거나 한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라일보 역시 부영주택에 인수된 후 부영그룹의 홍보 기사를 다수 작성했다.

전북일보의 대주주는 부동산 개발업체 자광이다. 자광은 2조 5000억 원을 들여 전주 대한방직 터에 높이 430m의 타워·특급호텔·아파트·쇼핑 센터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전북일보는 자광에 인수된 후 대한방직 부지 재개발 촉구하고 자광의 랜드마크 건설을 옹호하는 보도를 게재했다. 전북일보는 “(대한방직 부지 재개발 사업은)자광이 이익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전주 이익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경인고속(지분율 17.5%), SM상선(지분율 17.21%), 남우(지분율 13.58%), 영안모자(지분율 7.91%) 등은 경인일보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SM은 울산지역 민영방송 UBC의 대주주이며, 영안모자는 경기지역 민영방송 OBS의 대주주다. 강원일보의 대주주는 강원흥업(지분율 23.43%)이다.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실장은 “기업이 언론사의 대주주가 되면 편집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옥천신문은 옥천 군민이 회사의 주인인 ‘군민주’ 언론사다. 황민호 실장은 “기업이 소유한 언론사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이해관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했다.

황민호 실장은 “기업은 언론사를 통해 장사하는 것이다. 청탁이 오면 인사에 관여하고 압박을 할 것이다. 편집권을 잡아먹는 것”이라면서 “기자들도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기업과 관계가 있는 이슈는 회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호 실장은 “만약 기업이 선의로, 공정한 언론을 키우기 위해 신문사를 산다면 편집권 독립에 대한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영 교수는 “한국의 경우 기업이 언론사 지분을 인수하면 편집권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는 봉건제적 발상이다. 언론사는 소유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영 교수는 “언론의 편집권 자유는 지역에서 (상식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면서 “사주들은 지역에서 직간접적인 이권 사업을 한다. 언론사의 논조는 사주의 쪽으로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교수는 “우리가 지역 언론을 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는 공론장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권력 감시를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일부 지역 언론은 감시해야 할 대상에 빌붙어 있다. 이들에게 광고를 받아 수익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영 교수는 “그런 언론은 없는 게 좋다. 공론장을 말살하는 것”이라면서 “불신을 해결하지 않고 지역신문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부영그룹이 대주주인 인천일보의 전과 후)

(관련기사 ▶ 부영그룹의 한라일보, 건설사 소유의 언론 맞는 듯)

(관련기사 ▶ 전북에서 재개발 추진중인 부동산개발업체가 전북일보 최대주주)

(관련기사 ▶"사돈과 사촌동생이 대주주" 김여송 사장의 광주일보 '사유화(私有化)')

(관련기사 ▶남도일보, 모기업 중흥건설 노골적 홍보)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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