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사장(실질적인 사장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소속 연예인인)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자사 아이돌들을 내세운 드라마 <드림하이> 첫 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일본 만화를 보는 듯한 국내용 '꽃남' 수준의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아이돌 기획사 찬양으로 보입니다.

기린예고는 아이돌 기획사였다

수지가 여주인공을 맡고 그녀를 좋아하는 택연과 김수현이 극을 이끌어가는 형식을 취한 이 드라마가 과연 이런 형식의 드라마가 꿈꾸는 <페임>과 유사한 드라마로 탄생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돌을 활용하는 방법을 체득해가는 아이돌 기획사의 작은 성공사례 정도는 될 듯합니다.

연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아이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 이야기 구조에,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들을 다룬 이 드라마의 성공은 로우틴들의 팬덤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합니다. 첫 회 이슈를 만들기 위해 배용준 기획사의 황태자인 김현중이 카메오로 등장했습니다.

수지의 탁월한 성악 능력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조수미가 카메오로 출연해 립싱크 수지와 함께 무대에 서는 어색한 모습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2018년 그레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는 K에 관한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돌 기획사를 대변하는 기린예고 출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겠다는 <드림하이>는 7년 전 의문의 K가 기린예고에 입학하는 시점으로 돌아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부자에 탁월한 능력까지 겸비한 그래서 싸가지는 찾아보기 힘든 고혜미(수지)와 그녀 곁에서 무한 혜미교의 교주 같은 혜미빠 윤백희(은정)의 관계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줄리어드 음대에 합격에 출국을 앞두고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 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에서 그녀는 남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채꾼 마두식(안길강)과 마주하며 앞으로 삼각관계의 한 축이 될 진국(택연)과 대면합니다.

사채꾼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진국과 혜미는 오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기린예고에 입학해 조금씩 사랑을 싹틔우는 형식을 예고했습니다. 기린예고에 입학하는 나이가 중3 졸업생인지 일반인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은 감정이입은 물론 극을 쫓아가기 무척 어렵게 합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혜미는 건장한 조폭들을 가볍게 무찌르는 천하무적 진국과 현실적인 사채꾼 두식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기린예고에 입학하고, 아이돌 가수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기린예고를 통해 진정한 가수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타고난 천재 옆에서 자신의 재주가 무엇인지 모르던 백희는 기린예고 오디션에서 합격하며 전세 역전의 모습을 보이지만 너무 일찍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며 경쟁 구도를 만들어버립니다. 재능보다는 노력하는 도전자를 뽑아 가수로 키워내겠다는 기린예고 이사장의 의지는 그렇게 그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며 이후 수지와 은정의 관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스시 걸'이 된 필숙(아이유)과 제이슨(우영)은 어색한 영어로 첫 대면을 시작했네요. 얼굴도 못생기고 뚱뚱한 필숙이 실력 하나만으로 기린예고에 합격해 대중 가수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는 이미 신데렐라 스토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실력과 상관없이 20여 번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아이유가 기린예고 이사장의 눈에 띄어 비로소 가수가 될 수 있는 연습생으로 입학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이기는 합니다.

아이돌 기획사임이 명확한 상황에서 그들은 왜 기린예고라는 학교로 설정했을까요? 학원물이라는 기본적인 틀이 주는 재미와 아이돌 기획사의 부정적인 시각을 상쇄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보입니다. 아이돌 기획사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학교라는 틀로 바꿔 놓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자체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교육이라는 외피를 이용해, 아이돌 기획사가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한 곳이 아닌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바로 <드림하이>입니다. <드림하이>는 노예계약과 돈벌이 수단으로 아이들을 혹사시킨다는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드라마로 기억될 겁니다.

철저하게 로우틴과 아이돌 팬덤을 위한 드라마인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아이돌 기획사를 미화시키는 <드림하이>가 과연 좋은 드라마가 될까라는 생각은 접어도 좋을 듯합니다. 연기를 논하는 것이 민망한 이 드라마에서 볼만한 것이라곤 익숙한 일본 만화식 전개와 좋아하는 아이돌을 골라보는 재미 외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드림하이>가 성공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등장하는 아이돌이 얼마나 이슈들을 만들어가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 일겁니다. <드림하이> 첫 회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준 존재는 배용준도, 어색한 무게 연기를 보인 택연이나 수지가 아닌 아역 안서현이었습니다. 과연 그들이 6살 안서현의 연기력을 넘어설 수는 있을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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