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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비정규직, 매일이 불안하고 내일이 두렵다[철농성④] 우리가 왜 싸우는지, 들어달라, 알려달라
이세윤 티브로드 비정규직 | 승인 2019.06.27 09:05

통신재벌이 동시다발 인수합병을 추진 중입니다. 통신이 방송을 장악하려 합니다. 세상에 세 종류의 리모컨만 있다면, 그 리모컨을 통신재벌들이 만든다면, 그 방송과 통신은 얼마나 다양하고 공공적일까요? 절대 아닐 겁니다. 티브로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나쁜 인수’에 반대하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방송, 통신 가입자인 여러분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함께해주십시오. 이 싸움 이길 때까지 ‘철농성’은 계속됩니다. /글쓴이주

③편 <장마철 농성장에서 놀자!>를 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깡패집단’이라고 한다. 법을 상회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시위도 불사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노조활동하면서 단식농성을 하고 고공농성을 하고 구속되고 자신의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싸우는지 살펴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노조가 싸우기만 하면 ‘한국경제 흔드는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는 보수언론 탓이 크다. 다른 언론들도 매한가지. 노조 파업의 정당성, 합법성을 보도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지금은 알아보려고만 한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스마트폰, SNS 시대다. 우리는 계속 우리가 왜 싸우는지 알리는데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우리를 ‘단순히 범법자고, 무식한 사람들이며,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만을 하려는 사람들’로 본다. 대부분 언론은 사측이나 경제상황에 어떤 문제가 생겼고, 시민들에게 어떠한 불편이 예상되며, 또 이번 파업은 언제까지 진행된다는 등의 내용뿐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매번 이런 시선, 이런 보도를 접한다. 그럴 때마다 속이 상한다. 올해 인수합병 투쟁을 하고 있는 나와 나의 동지들에게도 똑같이 반복된다. 우리 사회는 나와 나의 동지들에게 대체로 ‘부정적’이다.

희망노조 제공 사진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원청 티브로드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정부와 국회에 호소해왔다. 당연한 요구다. 티브로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브로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이야기했다.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화’라는 헌법과 상식을 따르지 않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외주화를 고집해왔다.

알 만한 독자들은 알겠지만 여러분의 댁을 방문하는 각종 서비스 노동자들 중 작업조끼에 붙은 대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날마다 수십번의 거짓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티브로드 AS 기사입니다.”

국회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다. “불법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국회도 정부도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안정” 정도만 사업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는 동안 회사는 동료들을 잘라냈고, 동료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났다. 방송통신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견뎌왔다.

우리는 재벌, 원청, 사모펀드, 자본의 탐욕을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월트디즈니 창업자 손녀이자 영화감독 애비게일 디즈니의 말처럼 “기업의 CEO는 너무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외치고, “1% 부자들과 자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의 ‘탐욕’만 뭐라고 한다. 최저임금 만원, 기본급 209만원이 탐욕이라는 분들에게는 드릴 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매각’될 운명에 처했다. 케이블방송에서 일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부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SK가 티브로드를,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2년간 고용보장’ 같은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매일이 불안하고 내일이 두렵다.

정부 앞에 농성장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 요구를 듣는둥마는둥 한다. 인수합병부터 심사까지 모든 게 자본 위주다. 전국에 인터넷을 단 3개 회선만 남기겠다는, 방송의 종류를 단 3가지로 만들어 독과점 시장을 만들겠다는 게 지금 통신재벌과 정부의 큰 그림이다. 아현동 화재사건의 교훈은 이미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사정이 이러한데 해고당할 때까지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날마다 빨빨거리며 서울 광화문부터 세종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돌아다닌다. 출근, 퇴근,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우리 요구를 담은 피켓을 보여준다. 인수기업인 LG, SK, KT 앞에서 집회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깡패집단일까? 어떤 기자, 어떤 시민들은 여전히 우리를 그렇게 본다. 우리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미디어스 독자분들게 부탁드리고 싶다. 주변에 우리 이야기를 알려 달라.

이제 곧 재벌들과 우리들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 노동자들이 무슨 힘이 있나. 언론은 광고주인 통신재벌에 놀아날 것이고, 시민들은 우리를 단순한 이익집단이나 폭력집단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아니다. 제발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해달라. 이것만으로 우리는 큰 아군이 생긴다. 여러분들의 지지가 있어야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 도와 달라.

이세윤 티브로드 비정규직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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