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날 방송에서 무한도전이 2010년을 마무리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역시 무한도전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양한 패널들을 통해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편성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도전이었습니다.

김어준과 아이유, 위기의 무도를 진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뒤끝 없는(?) 토론은 시작부터 화려했습니다. 2010년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끄집어내 잘잘못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역시 무도다웠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이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어려운 정리를 시작한 그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역시 무한도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였습니다.

이젠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전설적인 '백분토론'을 컨셉으로 2010년 가장 화제가 되었던 내용들을 화두로 삼아 스스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자리는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준비된 주제에 철저하게 무도화된 토론은 전형적인 무도 스타일 그대로였습니다.

그들이 선정한 2010년 가장 핫한 주제 '알래스카와 번지점프', '하하 복귀', '프로 레슬링' 등 화제를 낳았고 득과 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던 특집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흥미로우면서 유익했습니다.

유재석의 존재감이 명확했던 '알래스카와 번지점프'와 탁월한 감각으로 연착륙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하하 복귀', 특집 사상 최고의 감동을 낳았던 '프로 레슬링' 등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특집을 통해 드러난 제작진과 멤버 등 구체적이며 심각한 내용들을 무도만의 스타일로 시청자들이 토로했던 문제점들을 논의했습니다.

여전히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2인자를 자청했던 박명수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날카로운 지적과 반성은 '무도'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이자 풀어야만 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온 하하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길과 함께 '무도'내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하지요.

'프로 레슬링'이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작임은 분명했지만 10주라는 긴 시간동안 방송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까지 불거진 것은 아쉬웠습니다. 토요일 저녁 시간대, 전 회를 보지 못하면 따라가기 힘든 예능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2011년 특집 편성이 대폭 줄고 1회 제작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제작진의 의견들은 의미심장합니다.

'무도' 제작진이라 밝히지 않고, 프로그램 방송 시간 시청률 조사에 참여하는 가구들과 터미널, DMB 시청자들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 조사한 '옴브즈맨'은 탁월했습니다. 단순히 자신들의 의견이나 네티즌들의 생각들만 정리하는 것이 아닌 가능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는 자세는 칭찬받을 만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시간대라는 물리적인 환경에 과연 '무도'의 편성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함을 '옴브즈맨'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조사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종합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지표는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정체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무도'가 젊은층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중장년층에게 '무도'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는 언급은 시청률이 중요한 방송 현실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여운혁 피디, 아이유, 강명석 편집장, 김성원 방송작가, 김희철, 강풀 등 다양한 세대의 패널들이 등장해 '무도'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며 흥미롭게 방송을 만들어냈습니다. '무도 위기론'을 줄기차게 거론해왔던 몇몇 기자들에게 이번 방송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할 정도로 그들은 작정하고 '무도 위기론'을 바닥까지 긁어내는 용기를 선보였습니다.

방송작가 지망생들이 가장 선망하고 좋아하는 '무도'는 매번 새로운 도전이 존재하기에 특별하다는 이야기와 여운혁 피디가 말한 "유재석이 있음에도 2위를 한다면 문제다"라는 발언은 '무도'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예측 불가한 재미와 예상 가능한 특집들 사이의 괴리감 역시 현재의 '무도'가 가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양한 특집을 통해 '무도'의 진보를 이끌었지만 그런 다양한 특집들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재미는 사라졌다는 평가는 정확한 진단이었습니다.

이는 김성원 작가와 여운혁 피디의 서로 다른 생각처럼 팬들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의견입니다. 과거 무도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과 진화하고 있는 작가주의적 무도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풀어야만 하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무도 연말 정산'에서는 깨알같은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와 막내 아이유의 발언은 의미심장했습니다.

"제가 전문 용어를 사용해도 되나요?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속으로..웃기고 있다"
"보통 예능은 같은 포맷을 반복하잖아요? 그게 안전하니까. 단순히 재미만 위해서 계속 변할 수 없는 거고 '무한도전' 만든 분들의 세계관이 그렇게 생겨 먹었어요"
"변화하고 도전하고. 저는 그런 정도의 도전정신이라면 때로는 안 웃겨도 좀 어설퍼도 기꺼이 다음을 기다려 줄 용의가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은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걸 멈추면 비판할 게 아니라 없어져야 한다. 더 이상 '무한도전'이 아니니까"
"제가 '무한도전' 비판할 게 자꾸 없다는데도 왜 자꾸 비판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이상한 사람들이야"

김어준 총수의 전화통화는 시작부터 특별했습니다. 유재석과의 통화에서 싫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다는 그의 발언 뒤에 쏟아진 '무도 위기론'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을 멈추는 순간 비판이 아니라 사라져야 할 존재라는 발언은 '무한도전'의 존재자체를 설명하는 중요한 한 마디였습니다.

"진짜 위기인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위기라고 말하지 않아요"
"2011년에도 자신감 잃지 않고 항상 떳떳하고 장난기 있는 모습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유가 진단한 '무도 위기론'은 스스로 밝힐 정도의 위기는 위기도 아니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진짜 위기를 맞이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위기 자체를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무도는 언제나 위기인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도전들로 위기 자체가 위기가 아닌 상황으로 만들었습니다.

KBS 김광수 피디가 경쟁작이 될 프로그램 '명 받았습니다'의 녹화가 잘 되었다는 이야기로 새로운 위기론을 불러오듯 '무도'는 언제는 위기인 상황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기를 맞이하지 않는 방송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도에게 위기론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무도가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이 크다는 의미이겠지요.

대한민국 예능은 무도 이전과 무도 이후로 나뉜다는 이야기처럼 대한민국 예능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고 앞으로도 남길 그들의 진짜 위기는 다음 주 방송이었습니다. 정형돈에 이어 길까지 다리를 다쳐 준비된 방송 내용을 소화하지 못한 그들은 급하게 방송 내용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예고편도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그들은 그 자체가 위기라는 말로 '무도 연말 정산'의 핵심이었던 위기론을 극대화했습니다.

날치기 정국을 비판하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무한도전 연말정산>은 2011년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시켜주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레전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무도'에 위기설은 있지만 위기는 없다가 정답이 되겠지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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