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그랬듯 2010년의 방송사 연기대상에도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대중이 논란을 즐기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그 발단이 방송사에 있고, 해가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뻔뻔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방송사의 제멋대로 시상과 대중의 비난 피드백은 연말연시의 연례행사가 돼버린 듯하다. 퍼주기, 나눠주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송사 연기대상이 이토록 대중의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방송사의 얄팍한 장삿속에 있다.

누구 말처럼 연기대상은 일 년 동안의 드라마를 마감하는 잔치이며, 축제이다. 그러나 그 축제를 망친 것은 비판하는 대중이 아니라 자신들의 잇속대로 상을 나누는 방송사의 졸속에 있다. 추태에 가까운 퍼주기 연기대상에 비난이 몰리자 한 방송사 간부가 콘테스트가 아니라 잔치인데 왜 그러냐는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 말에는 참 무서운 오만이 담겨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청자는 말로만 방송의 주인일 뿐, 그저 차려주는 밥상대로 먹으란 말밖에 되지 않는다.

방송과 언론은 사회와 시대의 바로미터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 나오는 아주 작은 것까지도 시민사회는 날카롭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연기대상은 잔치라는 부제를 갖지만 무엇보다 상을 주는 자리다. 상이란 받아서 기쁜 일이고, 그것은 실제로 해당 배우의 다음 활동과 몸값의 기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해야 하고 또 회소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원칙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삼척동자라도 인식하고 있을 내용이다. 그런 상을 떨이 혹은 쩌리로 만들어버리고는 무조건 잔치니까 군말 없이 즐기라고 한들 누구도 즐거워질 수 없는 일이다.

가장 먼저 연기대상 시상식을 연 MBC가 공동대상이라는 가장 큰 허물을 뒤집어써서 그런지 KBS, SBS 경우에는 대상 시스템 자체보다 고현정과 문근영의 수상소감이 같은 소재에 다른 뉘앙스라는 것이 빅 이슈가 되었다. 소감이 이슈가 됐다고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소위 고현정 빅딜설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빅딜설이라는 것은 참 밝혀내기 어려운 방송사의 물밑거래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딱히 고현정이 비난받기보다는 방송사가 받아야 할 몫이다.

방송사가 겉으로는 잔치라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다음해 드라마 장사를 위한 미끼로 활용한다면 이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모든 부분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중 일부라도 그런 의도로 이용되었다면 불과 한두 개에 불과하더라도 이미 축제성을 잃어버린 더럽혀진 시상식이다. 그런 의혹과 설이 떠돌고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결과들이 드러나는 것에 불과한 시상식이기에 공중파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이미 공정성 논란으로 사라져버린 가요대상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새해 첫날 고현정이 거의 죽을 죄인이 돼버렸다. 과연 그런 것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대물은 정말 문제가 많았던 드라마다. 애초에 뺑소니로 석연찮은 구설수에 오른 권상우의 발탁과 불과 4회 만에 작가와 연출이 강제 교체되는 불상사를 빚어냈다. 그 모든 잡음을 덮게 해준 것은 그 시점에서는 철저히 고현정의 존재감 하나였다. 그러나 배우는 대본과 연출이라는 밑그림 위에서 노는 광대이다. 그것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현정이 아니라 누구라 한들 미친 연기력을 발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대물은 실패한 드라마가 됐다. 그리고 고현정 역시 연기대상이 당연시 될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수상소감이 다소 거칠었다고 하더라도 작년 미실의 카리스마를 보였다면 고현정의 수상소감은 달리 보였을 수도 있다. 국민영웅 김연아도 도마 위에 오르는 판국에 고현정인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고현정의 대상이 못마땅한데 그런 불타는 심정에 고현정의 거친 말씨가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그렇지만 고현정만 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이 방송사의 그릇된 장삿속에 의해 왜곡된 연기대상이 빚어낸 결과들이라는 근본 원인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방송사의 판촉시장으로 전락한 연기대상 자체가 문제다. 고현정을 그 자리에 세운 것이 근본 문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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