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에 유통되는 중앙일간지 지역 관련 기사의 지역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일간지들은 지역 소식에서 날씨·사회 기사만 주로 다루고, 지역의 문화·교육 등의 소식 비중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언론 유관 단체들은 "네이버가 지역 언론을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언론의 기사가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주요 뉴스에 뜨지 않고 있다며, 지역민의 정보 접근권이 차단되고 지역성이 소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네이버)

실제 지역민이 네이버에서 지역 언론을 보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인링크 매체 기사만 뉴스 메인화면에 노출하고 있다. 지역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곳의 지역 언론을 보기 위해선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접속해야 한다. 적극적인 뉴스 소비 활동을 하지 않는 지역민이 접하는 지역 관련 기사는 중앙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 일간지가 쓰는 지역 기사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중앙일간지의 지역 관련 기사가 지역 언론의 기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에 기초한다. 그러나 중앙일간지와 지역지의 기사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일 충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 문제, 지역 언론 대응 방안’ 정기세미나에서는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차별화된 지역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강희 한남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지역 이슈에 대한 전국종합일간지와 지역 종합일간지 네이버 뉴스의 의제 다양성 및 뉴스 가치 비교> 발표문에 따르면 지역 언론이 중앙 일간지보다 지역밀착형 의제를 더 면밀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강희 교수는 조선일보·한겨레 등 중앙일간지와 대전일보가 네이버에 송고한 ‘대전’ 관련 기사를 비교·분석했다. 조사 기간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다. 백강희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한겨레는 날씨 소식 같은 단순한 지역 정보 전달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기간 중 조선일보·한겨레가 네이버에 출고한 대전 관련 기사 가운데 날씨 기사가 전체 기사 중 40.3%에 달했다. 반면 대전일보가 작성한 날씨 기사는 1.1%에 불과하다. 또 조선일보·한겨레는 대전 관련 사회 기사(26.3%), 경제·산업(14.5%)를 다수 작성했다. 이들이 작성한 교육, 문화·예술 기사는 각각 2.2%, 1.6%에 불과하다. 반면 대전일보는 대전 지역의 경제·산업, 사회, 문화, 교육 등 전반적인 지역 소식을 두루 다뤘다. 백강희 교수는 “대전일보 네이버 뉴스의 경우 지역 종합일간지 특성상 전국종합일간지보다 지역밀착형 의제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백강희 교수는 “네이버에서 지역 신문의 뉴스 노출이 줄어들 경우, 다양한 지역 의제 노출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중앙 언론 위주로 노출되는 네이버 편집 방식은 지역 이슈를 전할 때 중앙 언론의 관점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포털 제휴평가위원회 입점평가에서 지역 언론 관련 심사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털 내 지역 언론 정책이 일반 종합일간지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강사는 “모든 지역 언론사가 네이버와 채널 제휴를 할 수 없다면 지역 언론에 적용할 별도의 심사 항목을 만들어 선별해야 한다”면서 “데일리 콘텐츠 생산이라는 기준뿐 아니라 별도의 디지털 편집국의 인력 확보, 고용형태 등을 가점으로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동원 강사는 네이버가 소수의 지역 언론과 채널 제휴를 맺는 것을 경계했다. 김동원 강사는 “선정된 지역 언론사의 채널 제휴는 지역 종합일간지 간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일 수 있다”면서 “지역 언론 간 격차는 디지털 콘텐츠와 지역 저널리즘에 충실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 간의 선별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지역 언론에는 채널 제휴라는 또 다른 위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네이버 모바일 콘텐츠 제휴 매체. 지역 언론은 없다 (사진=네이버 모바일 화면 캡쳐)

김동원 강사는 “지역 언론사가 네이버와 채널 제휴를 할 수 있다면, 중앙 언론사와 다른 심사 기준과 콘텐츠에서의 차별성을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강사는 “현재 뉴스 시장과 유통 구조는 네이버라는 거대 뉴스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네이버 채널 제휴를 통해 전국지와 중앙방송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포털 내 지역 언론 위상 강화는) 지역 언론의 내부 역량 증대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강사는 토론회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 언론의 네이버 진입 목적이) 지역의 의제설정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서라면 단순한 조회 수·트래픽의 증가보다 지역 이용자들이 얼마나 지역 언론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된다”면서 “(지역 언론은)트래픽과 구독자 수에 열을 올리는 중앙 언론과 달리 어떤 차별성을 갖고 지역의 공론장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강사는 “‘왜 네이버는 지역 언론을 배제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지역민들이 네이버에서 지역 소식을 접해야 하는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면서 “후자의 질문에는 종이신문과 다른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지역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네이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교수는 “네이버 등 포털은 지역 언론 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 포털 기업의 법적 지위와 지역 언론사의 소유 구조, 지역 언론의 공론장 역할을 짚어봐야 한다”면서 “포털은 지역 신문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논의하면서 뉴스 노출 방안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종묵 교수는 “네이버가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 문제, 지역 언론 대응 방안> 세미나는 충청언론학회 주최, 시민미디어마당 사회적협동조합 주관으로 열렸다. 사회자는 이승선 충남대 교수였으며, 발제자는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백강희 한남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재영 충남대 교수, 안종묵 청주대 교수, 윤희일 경향신문 부국장, 한성일 중도일보 국장,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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