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외화의 흥행을 앞서게 된 것은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양질의 한국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하지만 유독 자국 콘텐츠가 먹히지 않아온 분야가 있었다. 바로 뮤지컬이다.

한국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가요가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을 동안에도 뮤지컬계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 등이 흥행을 독식하고 라이선스 뮤지컬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만 했다.

그동안 양질의 창작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던 건 아니다. 영화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NEW가 ‘디셈버’로 도전하고,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 기획사로 유명한 씨제스는 ‘도리안 그레이’로 도전했지만 그 결과물은 썩 좋지 않았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런 창작뮤지컬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한 건 신시나 오디 같은 기존 대형기획사가 아니라 뜻밖에도 EMK였다. EMK는 ‘마타하리’를 시작으로 대형 뮤지컬의 창작화에 도전해왔다. ‘마타하리’라고 해서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서 2017년에 ‘마타하리’가 재연됐을 땐, 뮤지컬에 관심이 없었던 관객이 창작뮤지컬이 아닌 라이선스 뮤지컬로 볼 정도로 작품의 퀄리티가 향상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EMK가 ‘마타하리’에 안주하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웃는 남자’를 창작뮤지컬로 제작하고 이번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엑스칼리버’를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했다.

EMK가 그동안 제작해온 창작뮤지컬을 보면 일정한 특징이 발견된다. 그 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다. 기존의 서사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뮤지컬을 제작해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면 새로운 서사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를, 넘버 선정이나 연출 등 보다 폭넓은 방면의 다른 에너지로 쏟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EMK가 ‘마타하리’라는 대형 창작뮤지컬 한 편을 만든 데 안주하지 않고 ‘웃는 남자’ 및 ‘엑스칼리버’로 도전해왔다는 것은 라이선스 뮤지컬뿐만 아니라 창작뮤지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꾸준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마타하리’라는 하나의 대형 창작뮤지컬을 보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창작뮤지컬을 제작함으로써 창작뮤지컬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로 지출되는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국위선양 차원에서 보더라도 EMK가 요즘 시도하는 일련의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EMK가 판권을 갖고 있는 여러 작품 가운데서 ‘레베카’는 주연인 나(Ich)보다 조연인 댄버스 부인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강렬한 작품이다. ‘엑스칼리버’는 ‘레베카’의 이런 점과 궤를 같이 한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엑스칼리버’에서 조연에 해당하는 모르가나는 ‘레베카’ 속 댄버스 부인만큼 강렬한 넘버를 무대에서 방출한다. 모르가나의 넘버 ‘아비의 죄’는 내공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렵다.

이들 캐스팅에 있어서 신영숙과 장은아를 캐스팅한 점은 신의 한 수라는 느낌이 든다. 랜슬럿의 강렬함보다 김준현과 손준호가 연기하는 멀린이 소화하는 강렬함도 관객의 귓가를 자극한다.

이런 조연의 강렬한 넘버는 자칫 주연인 아더 역의 카이와 세븐틴 도겸, 김준수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넘버의 강렬함을 경감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조연의 넘버가 너무 강렬한 만큼, 차후 ‘엑스칼리버’의 재연에 있어서는 주연인 아더의 아우라에 걸맞은 강렬한 넘버를 보완할 숙제를 EMK는 떠안게 됐다.

한국영화는 ‘쉬리’를 분기점으로 할리우드 외화의 공습에 맞설 태세를 갖췄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 ‘엑스칼리버’도 마찬가지다. ‘엑스칼리버’를 분기점으로 한국 창작뮤지컬계도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계기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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