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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손혜원에 대한 정권의 태도'윤석열 검찰총장' 카드에 쏠리는 기대…권력에 가까운 사람에 엄격한 모습 보여줘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6.19 09:55

[미디어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속내는 복잡해보인다. 윤석열 지검장이 이른바 ‘적폐수사’를 통해 무리수를 둬왔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과, 검찰지상주의자로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을 확률이 크고 정권 후반기엔 정부 여당에 오히려 부담을 안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지검장은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윗선의 수사 개입을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해 유명해졌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국정원의 행위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권력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했다. 윤석열 지검장의 발언은 그의 폭로가 채동욱 총장을 따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 이 일로 그의 오늘이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지검장은 이 답을 할 당시 “검찰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맥락으로 보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사람과의 친분이나 인맥, 정견의 차이 등을 이유로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어떤 원칙론의 표현이다. 또 하나는 판단의 기준이 사람이 아닌 ‘검찰 조직’에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전자의 해석에서는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후자의 해석에서는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수사에만 매달리는 특수통 검사의 모습이 비춰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전자의 해석을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지검장의 본질이 후자에 가깝다면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지검장이 지금까지 논의돼 온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언론 보도는 제각각이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해석이 있는가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권과 타협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검찰 특유의 기수 문화 때문에 일종의 ‘검찰 물갈이’가 이뤄질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무일 총장은 사법연수원 18기, 윤석열 지검장은 23기다.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 사법연수원 19기부터 22기에 해당하는 인사는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통해 과거 정부 출신의 검사장들이 대거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의 기수를 따져 순서대로 옷을 벗는 문화는 ‘상명하복’을 통해 돌아가는 검찰 조직의 생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숙검(肅檢)’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윤석열 지검장의 검찰총장 임명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와 수사 개입을 정당화 하는 검찰의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윗선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폭로한 이력이 있는 만큼 정치권과 결탁한 여느 검사와는 다른,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여당 입장에선 어떤 정치적 유불리나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아니라 이 점을 중심에 놓고 사고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과거 모 방송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회장을 집어 넣었다”고 평가했다는데, 실제 이런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이 정권은 권력과 가까운 사람이 연루된 사건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오해(?)를 받아 왔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검찰은 손혜원 의원이 도시재생사업 등과 관련한 목포시의 ‘보안 자료’를 사전에 열람하고 이를 근거로 재산을 불릴 목적으로 차명 거래까지 활용한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보안자료’의 성격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손혜원 의원과 목포시의 해명을 종합하면 도시재생사업이 공개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묘사하는 보안자료란 있을 수 없고 손혜원 의원 본인이 직접 본 일도 없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패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비밀의 요건인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상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은 문제가 되는 지역의 개발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손혜원 의원이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주민들과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 오히려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을 가진 입장에서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것은 공직자로서 결격사유가 드러났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개발계획을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미리 입수해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권력을 이용한 전형적인 투기 행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손혜원 의원은 애초 검찰 수사를 통해 차명 재산 등의 존재가 밝혀지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전 재산을 기부한다고 했지만, 18일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등은 손혜원 의원과 김정숙 여사와의 친분 등을 언급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물론 기소 자체가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이 정권과 여당이 오히려 더 가혹한 수사를 지지한다는 정치적 맥락을 형성할 필요는 있다. 그런 맥락이 있어야 청와대가 윤석열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얻게 된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 권력과 가까운 사람이라도 잘못에는 가차없다는 원칙을 세우도록 해야 개혁의 당위를 검찰 조직에 설득하는 것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더 이상 여당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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