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막말은 언젠가부터 정치 섹션의 단골 메뉴가 됐다. 한 주에 적어도 두어 개의 막말이 소개된다. 한국정치의 수준이 아직도 멀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과연 이런 막말들이 계속 보도될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막말하는 정치인보다 이를 걸러내지 않고 꼬박꼬박 기사화하는 ‘언론’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이 정치 관종의 스피커가 됐다는 비판은 기사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종은 관심종자의 준말로, 사전적 해석은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정치인들의 돈 안 드는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SNS에 몇 글자만 올려도 많은 언론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다뤄주니 이렇게 저렴한 마케팅이 더 있을 수는 없다.

황교안 "응분의 조치" 주문했지만…'막말 정치' 재발 우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막말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막장 드라마와 정치인의 막말은 닮은 구석이 존재한다. 욕하면서 본다는 것이 막장 드라마인 것처럼 정치인의 막말 역시 흥행이 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면 막말은 사라지고 이름만 남는다는 것이다. 인지도가 곧 표심이 되는 경우가 큰 만큼 정치인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직업이지만 논란에 임하는 태도와 결과에 있어서는 딴판이다. 연예인에게 논란은 심하면 퇴출로 이어지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된다.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면 진심이든 아니든 눈물까지 흘리며 대중에게 사과하고, 일정 기간의 자숙은 거의 필수라 할 수 있다. 논란에 대한 책임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은 어떠한가.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에게도 간혹 사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과와 반성이 무색하게 다시 막말을 일삼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만약 연예인이었다면 영원히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막말 정치가 판치는 것은 연예인과 달리 정치인에게 막말은 책임질 잘못이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문제는 언론이고 또 정당의 윤리와 교양의 수준이다. 포털 검색을 하면 막말에 관한 기사만 나열되는 정치인이 있다. 잊을 만하면 한다는 것이 고작 막말인 정치인의 말을, 지치지도 않고 지면에 싣는 언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서 보도를 해주니 막말을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에 설득력이 실린다.

막말정치는 절대 경계하고, 척결해야 할 혐오와 선동의 정치이다. 한국 정치는 아주 오랫동안 이념의 혐오, 지역의 혐오를 연료로 사용해 달려왔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고 이런 혐오의 정치를 극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해법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막말 정치인들이 발을 붙일 수 없는 토양을 만들면 된다. 막말이 표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잃게 하면 당장에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막말에 대한 정당의 단호한 징계와 처벌이 요구된다. 그리고는 언론이 단호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이 막말 정치인의 홍보도구가 되지 말아야 한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그러나 현실은 이를 배신하고 있다. 정당은 막말 정치인을 옹호하고, 언론은 정치인의 막말을 거르지 않고 보도한다. 비판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별다른 정치 업적도 없는 막말만 일삼는 정치인의 발언을 매번 기사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막말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은 보도할 것이 항상 넘쳐난다. 거기에 굳이 정치인들의 잇단 막말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야 이유도 없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도 사라졌다. 막말 정치도 사라져야 한다. 언론만 잘하면 되는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