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YG 소속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가 2016년 마약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음에도 무혐의로 풀려나 논란인 가운데, 이 의혹의 단서가 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의 상대자가 YG 연습생 출신 A씨의 신상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A씨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초점이 A씨에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A씨의 비실명 공식신고 법률대리를 맡은 방정현 변호사는 "제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식의 기사가 나가는 것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언론이)알아도 제보자를 지켜주려고 함께 노력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이게(비실명 공익신고)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비아이 마약의혹 사건 제보자 A씨의 비실명 공익신고 법률대리인 방정현 변호사 (사진=14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방 변호사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한 건 비실명 대리 신고다. 제보자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익명으로 제보를 하고 보호받는 시스템"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방 변호사는 "제보자가 (저를)찾아온 이유도 지난번 공익 신고 비실명 대리 신고를 통해 제보자가 최대한 지켜지는 모습들을 보고 안심해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라며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존재하는 어떤 제도 중에서도 제보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고 생각을 해서 한 건데…"라고 유감을 표했다.

방 변호사는 이른바 '승리·정준영 카톡방' 사건을 제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한 변호사다. 12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비아이의 마약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가 공개된 후, 13일 '이데일리'는 당시 메신저 대화의 상대자가 A씨라고 실명 보도를 했다. 이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현재까지 A씨의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아이 마약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A씨는 14일 개인 SNS를 통해 "제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지 몰랐다. 당황스럽고 무섭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은 제 인생과 별개로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해 협박한 부분, 경찰 유착 등이 핵심 포인트"라며 "제보자가 저라는 이유만으로 저한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되어 이 사건을 제발 별개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리는 것"라고 덧붙였다.

방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양현석 YG대표가 2016년 당시 자신을 불러 비아이에 대한 기존 경찰 진술을 번복하라고 회유·압박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2016년 8월 23일 YG엔터테인먼트 사옥 7층에서 양 대표를 만났는데, 양 대표가 녹취를 우려해 A씨의 휴대폰을 뺏은 뒤 비아이 관련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 '너 같은 거 불이익 주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식의 협박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와 동시에 진술을 번복할 경우 충분한 사례와 함께 변호사 선임 등을 통해 처벌받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회유가 있었다는 게 A씨의 진술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양 대표가 YG 자체 마약 검사를 통해 양성 반응이 나와도 일본 등에 보내 마약 성분을 배출해 내 YG 소속 연예인들이 마약으로 경찰에 적발될 일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진술했다.

당시 A씨는 총 여섯번의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방 변호사는 그 중 다섯 번째 조사 기록에 '2016년 8월 22일 1, 2회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당시 공범 김한빈(비아이)와의 범죄 사실을 모두 다 얘기했다가 2016년 8월 30일 3회 피의자 신문조서에서는 왜 번복했느냐'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방 변호사는 "그렇다면 용인동부경찰서 2016년 8월 22일 1,2회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비아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없다.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YG와 경찰 간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방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너무 이해가 안 됐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다 작성하고 지문 날인까지 했는데, 본인(A씨) 기억에도 분명 다 얘기를 했는데 증거 기록으로 제출된 1,2회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비아이와 관련된 내용이 사라져 있는 것"이라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품게 됐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단순히 YG 소속 아이돌 그룹 문제가 아니라 더 깊게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경찰 유착의혹'까지 포함해 재수사해달라는 내용을 권익위에 신고한 상태다.

한편, 방 변호사는 양 대표와 A씨 사이에 보이그룹 멤버 한 명이 매개체 역할을 하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 변호사 방송 직후 '디스패치'는 그룹 '위너'의 멤버 이승훈 씨가 2016년 당시 비아이의 마약 의혹 사건과 관련, 카카오톡 비밀 대화방을 통해 A씨에게 전화를 해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A씨는 비아이가 당시 YG 자체 마약 검사에서 걸렸다는 소식을 이 씨에게 전해 들었으며, 이 씨가 A씨를 다급히 찾아 나간 자리에서 이 씨 대신 YG관계자 K씨를 만났고, 이후 양 대표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디스패치'와의 통화에서 회유·압박 의혹을 부인했다. 양 대표는 "녹취할까봐 휴대폰을 뺏은 건 맞다. 그래도 말을 되게 조심했다"며 "한 달에 2번식 키트 검사를 하는데 한빈이(비아이)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한빈이가 들어가 (양성 반응이)안 나오면, 넌 무고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A가 겁을 먹고 스스로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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