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되, 국회의원 관련 예산을 대폭 줄여 예산 총액을 삭감하는 안을 제안했다.

13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유성엽 원내대표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유 원내대표는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수인 것 같고, 이게 도입이 되면 국회가 어떤 협치와 상생의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나머지 과제들도 얼마든지 국회 내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을 만났다. (연합뉴스)

유성엽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를 추진하면서 국회의원 특권을 대거 내려놓는 방안을 내놨다. 유 원내대표는 "의석수를 50명 정도 늘려서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되 국회의원이 받는 수당이나 입법 활동 지원비 등을 50% 감축하고, 보좌관들 수도 50% 감축하고 의원 개인 비용도 50% 감축해서, 350명으로 늘어나더라도 총 국회 비용은 현재 300명이 받는 것보다 낮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성엽 원내대표의 제안은 기존의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 내놨던 국회의원 세비 감축안보다 진일보한 안이다. 당초 제기된 주장은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동결하되 의원정수를 확대하자는 의견이었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원체 불신을 받다보니 낮춘다 하더라도 나중에 슬그머니 올리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말 안 듣고 맨날 싸우고 놀고먹는 사람들 300명도 지겨운데 50명 늘려서 350명 만들면 더 할 거 아니냔 의견도 있다. 뭐라고 설명해도 잘 안 믿는 것 같다"며 "아예 이번에 50% 줄일 때 국가 평균 임금 상승률 이상으로는 절대 개정할 수 없다는 내용도 거기 담으면 슬그머니 올리는 일은 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백약이 무효라고 불신 받다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 "우리가 더 실효성 있는 합의도 내놓고, 국민소환제 도입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더 강구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꼭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정치개혁공동행동에 "역할을 더 해달라. 국민들께서 아직 국회의원들 믿지 못하지만 저런 조건 속에서 국민들이 동의해주시는 것이 어떻겠나 하는 여론 형성에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유성엽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해 예산 삭감을 얘기했다. 기존의 예산동결안보다 더 강력한 개혁안"이라며 "유 원내대표에게 민주평화당이 이 안을 강하게 어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과거 한국당 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반대하지만 혹시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정치개혁특위 연장할 때도 단순하게 연장하는 것보다 분권형 개헌을 보다 다뤄서 숙제로 부과하고 연장하면서, 개헌특위, 선거제개혁특위로 분과를 나눠 밀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분권형 개헌의 경우 거대양당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보수세력 끌어모으기에 한창이다.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세몰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황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확고한 한국당 차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분권형 개헌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경우에는 이미 대통령 권한 분산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개헌자문안에서 2개의 대통령 권한 분산안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제출했다. 두 안에는 각각 국무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는 방안과 국무위원 인사권을 국회에 넘기는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는 두 안이 모두 빠져있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거대양당이 개헌에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라며 "개헌은 내년 총선 이후 다시 논의가 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 공동대표는 "현재는 선거제도 개혁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면 개헌 논의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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