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렸다. 방통위는 해당 기구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방안 검토를 위해 정부와 인터넷 사업자는 기구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11일 "2019년도 업무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바람직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연말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방통위는 "최근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우리사회 건전한 공론의 장이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 또한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해 실시한 정책연구(서울대, 인터넷 신뢰도 기반조성 방안)에서 제안된 해외의 다양한 자율규제 모델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자율규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번 협의체를 구성하고, 11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효성 방통위원장,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진상옥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사진=방송통신위원회)

협의체 위원은 ▲학계(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언론단체(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관련전문가(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팩트체크센터장, 진상옥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 ▲시민단체(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방통위는 "보다 자유롭게 의견이 개진되고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도록 정부와 인터넷 사업자는 협의체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며 "민간이 운영을 주도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로서 협의체를 구성한 만큼, 협의체에서 허위조작정보 대응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자율규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서는 향후 협의체 차원에서 수시로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대응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자율규제, 미디어교육,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선진국의 대응방안을 참조해 다차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허위조작정보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만큼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 스스로 대응방안을 모색하여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사회 공론장 훼손 우려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대책 마련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교란한다"며 검경에 엄정 처벌을 지시하고, '가짜뉴스'를 통제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공동대응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에 방통위를 필두로 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이 급하게 만들어져 발표될 예정이었느나, 국무회의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발표가 연기됐다. 방통위가 마련한 자율규제에 방점이 찍힌 대책에 정부가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방통위 대책문건 초안이 미디어오늘 보도로 공개되자 언론, 학계, 시민단체, 야당 등에서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일었다.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은 방통위의 대책문건도 정부정책 신뢰를 위한 대응책을 중심으로 짜였으며 임시조치, 통신심의 강화 등의 조치를 포함했다. 또 자율규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가 자율규제의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는 안이었으며 국무총리실 주재로 범정부 TF를 구성해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문건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해 사회적 비판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허위조작정보 대책에 대한 방통위의 신중한 입장과 사회 각계의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정부는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 추진을 멈추고, 방통위가 자체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같은 과정 끝에 방통위가 올해 새로이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도출한 결과가 이번 협의체의 출범이다. 이 위원장이 표현의 자유와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정부나 사업자가 협의체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번 협의체의 출범에 대해 정부가 '국민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정파적 인물에게 위원장을 맡겼다'(박대출 의원), '총선을 앞두고 언론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민경욱 대변인)는 식의 과도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협의체 구성의 맥락과 민간 주도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관련 방안을 모색한다는 내용, 확정된 위원 명단 등을 따져보면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부적절한 비난이다.

이에 대해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추진하는 협의체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방통위의 '19년도 업무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등 공식적, 공개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사안"이라며 "자유한국당 논평에서 언급한 '언론통제'나 '언론자유 억압'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협의체가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도출된 자율규제를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사업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 관련 논의에 귀추가 쏠린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1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허위조작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산정하느냐, 도출된 관련 자율 규제를 어떻게 해외사업자가 수용, 적용할 것인가가 협의체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이 될 것"이라며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공론장이 훼손되는 것은 사실인만큼, 협의체에서 실효성 있는 적절한 대안이 나온다면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나의 표현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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