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전광훈 목사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식입장을 밝혔다. 6월 10일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로 시작했다. 성명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은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그동안 대응하지 않았던 것은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인내였으나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도발이 도를 넘어 그동안 지켜왔던 침묵을 깨게 됐음을 밝혔다.

교회협의회 '전광훈 비판' 성명…"거짓 선지자의 선동"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전광훈 현상은 “비인격적, 비민주적, 비합리적 정치도발”이라는 것과 “한국의 모든 언론이 더 이상 전광훈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에 관심을 갖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언론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당부는 외면하고, 전광훈 목사의 발언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문은 소위 한기총 사태가 한국 기독교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연히 전광훈 현상에 비견할 무게로 다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당부를 잘못 들은 것인지 언론은 전광훈 목사가 아닌 교회협의회의 말에 귀를 닫아버렸다.

일단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식이 없었다. 종편 뉴스도 JTBC <뉴스룸> 말고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성명을 보도한 매체는 없었다. 최근 언론들은 전광훈 목사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어미새의 입을 쫓는 새끼처럼 전광훈 목사가 입만 열면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교회협의회 '전광훈 비판' 성명…"거짓 선지자의 선동"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한국 언론이 막말과 망언에는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이를 나무라는 점잖은 태도에는 무관심하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황색언론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언론은 종교인의 금도를 벗어난 정치발언에 비판의식보다는 대중적 소모성 여부에 더 관심이 큰 것이 분명하다.

막말은 비중 있게 전달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외면하는 것은 일종의 여론조작이다. 기독교계 전체가 한기총 전광훈 목사의 말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할 여지도 충분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24년에 설립되어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등 9개 교단이 가입하고 있는 단체이다. 무시해도 좋을 단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교회협의회 '전광훈 비판' 성명…"거짓 선지자의 선동"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KBS 흑역사 중에 2009년 보신각 타종행사 음소거 사건이 있다. KBS는 MBC 등 다른 방송사 화면에는 등장했던 현장의 구호와 깃발들은 철저히 외면한 채 준비된 박수소리 음향효과를 더빙했다. 다음날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유명한 클로징 멘트를 낳게 한 사건이었다.

신경민 앵커는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다”고 비판했었다. 그로부터 10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진 현실에서 살고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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