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드라마 제작 현장 기술팀 스태프 146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노동자 선언'에 나섰다.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일부 드라마 제작 현장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만큼은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방송스태프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용역료 산정 기준없이 총액만을 명시하는 이른바 '턴키(Turn-key)' 도급계약 당사자들이다. 방송업계에서는 제작비 절약을 위해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특수장비)팀, 미술팀 등의 팀장급 스태프와 팀 단위 용역 계약을 맺어 사용자인 팀장이 자신 스스로와 팀원을 책임지게 하는 관행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방송스태프들은 초장시간 노동, 스태프 부상 등 방송촬영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턴키계약'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노동부가 3개 드라마 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대부분의 방송스태프를 법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도 도급감독들을 '사용자'로 판단해 이들의 사용자 지위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방송사와 제작사로부터 턴키계약을 강요받아 온 146명의 기술팀 소속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이 실명 참여한 '노동자성 인정 촉구' 연서명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방송사와 제작사로부터 턴키계약을 강요받아 온 146명의 기술팀 소속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이 실명 참여한 '노동자성 인정 촉구' 연서명 명단을 발표했다.

공개된 명단에 따르면 9일 기준 연서명에 참여한 146명의 스태프들은 KBS·MBC·SBS·JTBC·TV조선·tvN·OCN·넷플릭스 등 지상파, 종편, 유료방송, OTT까지 방송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추 의원은 "그동안 저는 방송스태프 노동자들과 함께 턴키계약 근절과 개별 근로계약 체결, 죽음의 장시간 노동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수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돌아올 일감 배제를 비롯한 보복과 탄압으로 인해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추 의원은 "몇몇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오늘 146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노동자 선언에 나섰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우리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면 관행을 뒤집지 않으려는 악랄한 수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노동자에게 사용자성을 뒤집어 씌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추 의원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지난해 턴키계약을 용인한 결과와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관행이란 단어 뒤에 숨어 방송제작 스태프들의 인간다운 삶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한류의 그늘에 남겨두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모든 방송스태프 노동자들과 각각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오늘 '나는 노동자다'라고 선언한 146명의 이 선언은 살고 싶다는 절규"라며 "방송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단이다. 혹여 146명의 노동자 명단이 또다른 방송사의 '블랙리스트'가 되는 반헌법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곧 발표될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예전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결과로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방송사와 제작사가 우리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면 관행을 뒤집지 않으려는 악랄한 수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노동자에게 사용자성을 뒤집어 씌우지 말아달라"고 노동부에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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