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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ep28- 세상 바꿨지만 삶은 파괴, 공익제보자는 무엇으로 사나조직의 음해와 보복,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공익제보자…실효성 없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장영 기자 | 승인 2019.06.08 13:14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익제보자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공익제보자가 없으면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고인 물이 썩기 전에 빼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물이 고이는 순간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 썩은 물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시 흘러가도록 해주는 것 방법 외에는 없다. 고인 상태에서 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이런 고인 물 빼기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가? 

공익제보자의 용기는 많은 것을 바꾸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런 건강한 비판을 감당하고 수용할 수 없는 환경이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조직 내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고, 힘겹게 복직을 해도 집단 왕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KBS 1TV <거리의 만찬> EP.28 ‘나는 고발한다’ 2부

KBS 1TV <거리의 만찬>에 지난주 노승일, 박창진에 이어 이번 주에는 서지현 검사가 출연했다. 이 세 사람은 우리 사회를 바꾼 중요한 공익제보자들이다.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한 뼘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조직에서 왕따가 된다. 실제 여전히 조직 내에서 힘겨운 투쟁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서지현, 박창진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그들이 내부고발을 하기 전 조직 내 평가는 최상위였다. 그런 그들이 용기를 낸 후 모든 평가가 바닥이다.

공익제보를 하고 나서 그들이 방탕해져서 그랬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조직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강구한 행태다. 썩은 물을 더는 썩지 않도록 했다는 이유로 모두가 함께 썩어가도록 요구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작태는 여전히 작동 중이다.

방송에 나온 세 명의 공익제보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많은 공익제보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폭로 직후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변화를 체감하지만, 이내 조직과 맞서 싸워야 했다.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린 조직은 반격을 시작하고 공익제보자들은 그렇게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KBS 1TV <거리의 만찬> EP.28 ‘나는 고발한다’ 2부

법적 공방에서 개인이 거대한 조직을 이기긴 쉽지 않다. 없다. 서지현 검사가 당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대한민국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 검사는 이 미투 전에는 엘리트 검사로서 승승장구했다.

공익제보자가 된 후 서 검사를 향해 음해성 발언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꽃뱀'이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통용되는 현실 속에서 조직이 얼마나 저항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검사조차도 조직의 저항에 속수무책이라면 다른 직업군에서는 어떻겠는가?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조차 저항하기 어려운 환경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대중에게 내부고발을 제대로 알렸던 작품은 영화 <인사이더>였을 것이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담배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인사이더>를 보면 내부고발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알려준다. 1999년 제작된 영화이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인사이더>의 시대 이전에 머물고 있단 생각도 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 많이 변하고 있지만 그 조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S 1TV <거리의 만찬> EP.28 ‘나는 고발한다’ 2부

조직이 부패해도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은 이런 오래된 분위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건강한 공익제보자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최순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면, 땅콩 회항 갑질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연히 세상은 그 이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 틀을 깨고 밖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이들이 존재해야 한다.

조직적인 음해 속에서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결국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이다. 여전히 힘겹고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잊지 않고 지키려 노력하는 동료들과 국민들이 있는 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고인 물을 빼내야 한다. 물은 언제나 흘러야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그런 노력을 하는 건강한 공익제보자들에 의해 우리 사회는 그렇게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는 중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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