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양육비를 미지급 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배드 파더스' 관계자에 대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양육권 보호와 개인 명예훼손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는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혐의로 '배드 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본창 씨(양육비해결모임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약식명령했다. 구 씨는 제보 받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 5명의 사진, 이름, 나이, 거주지, 직장정보 등을 '배드 파더스'에 게시해 공개 대상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육비를 미지급 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배드 파더스'

검찰은 '배드 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사례에 대한 검증절차 없이 일방적인 제보를 받아 개인에 대한 신상을 공개했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 씨를 약식기소했다. 검찰시민위원회도 같은 의견을 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양육비 일부를 지급했거나, 양육비 지급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 신상이 공개된 사례가 있었다.

이번 검찰의 약식명령은 지난 2월 공개 대상자들의 사이트 차단 요청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판단과는 상반된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배드 파더스'의 신상공개에 대해 양육비 지급의 공익성이 더 크다며 사이트 유지 결정을 내렸다.

약식기소는 재판 없이 형을 결정하는데, '배드 파더스' 관계자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해 사이트의 공익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구 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현행 양육비 이행 관련 제도들의 허점과 '배드 파더스' 운영의 효과를 설명했다. 구 씨는 "법원에서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지급하지 않으면 양육비 이행 명령 청구 소송을 한다. 그것 역시도 지키지 않으면 구치소에 감치시킬 수 있는데 미지급자가 집에 없다면 다 물거품이 되고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구 씨는 "재산 압류도 가능한데 문제는 소송 기간 중에 미지급자가 재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라며 "(명의를)돌려버리면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나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얻어 소송을 해왔는데 '이 사람 재산이 없다. 그러니 포기해라' 이렇게 통보를 한다"고 지적했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양육비 이행 관련 법안은 구속력이 약하다.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을 제정하고 양육비 이행 관리원을 두고 있지만,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부모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재산명의 변경 등의 이유로 양육비를 지급받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양육비 지급 이행률은 2016년 36.9%, 2017년 36.3%, 2018년 33.3%로 조사됐다.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양육비를 받아낸 비율은 31.7%에 불과하다. 양육비이행법의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범법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들이 신상공개라는 방법에 매달리게 된 이유다.

구 씨는 "작년 7월 말 오픈이 돼 현재까지 101명의 양육비 문제가 해결됐다.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보자가 상대방에게 '제보했다, 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으면 사진 올리겠다'고 해 중간에 해결된 사례들도 40건 정도 되는 걸로 안다"며 "계속 사이트를 운영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 피해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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