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참사는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는 지적을 해왔다. 시스템의 모순을 파국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서 일어난 유람선 사고도 그렇다.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 시도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지금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아닌가 한다.

사고 유람선에 탑승했던 승객은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2명 등 모두 35명이다. 실종자들 시신이 잇따라 수습되면서 한국인 사망자는 18명으로 늘었고 남은 실종자는 8명이 되었다. 헝가리 당국은 선체 인양을 시도하고 있는데 다뉴브 강의 수위 때문에 인양선의 사고 현장 접근이 어려워 본격적인 인양작업은 늦어지고 있다. 상황에 진전이 없을 경우 세월호 참사 때도 언급된 바 있는 ‘플로팅 독’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한다.

조선일보 등은 헝가리 당국이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선내 진입을 거부한 것 등을 놓고 외국의 합리적 판단과 우리나라 특유의 사별 문화 영향을 대립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더욱 시신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침몰 사고에서 잠수사 등의 수색 인력을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진지하게 논해볼만한 주제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같은 접근은 결국 정파적 유불리의 구도를 먼저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약한 것이다. 해상사고에서 “골든타임은 3분”에 불과하므로 효율적인 수색을 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 정부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는 정서에 치우친 비합리적 판단으로 선체진입 등 무리한 수색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당시의 경험까지 연상케 한 것은 이들이 어떤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지를 더 분명히 드러낸다.

기왕에 참사의 정치적 측면을 짚어보겠다는 의도라면 좀 더 근본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한다. 이를테면 상대적으로 덜 안전한 배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여행객들이 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대로 여기에는 저가 여행 패키지 상품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형 여행사는 오로지 모객에만 집중하고 이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현지의 여행사는 여행 비용을 최소화 하고 쇼핑 등 추가 수입 수단을 만드는 것에만 혈안이라는 것이다. 현지의 여행 가이드는 가장 저렴한 가격의 여행 계획을 짜내야 현지 여행사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전에 투입돼야 하는 ‘비용’은 절감의 대상이 되고 이로 인한 위험은 관광객에게 전가된다.

6일(현지시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인양 준비작업에 투입될 포크레인이 소형 바지선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에는 ‘야경투어’ 등을 목적으로 한 배들로 과포화된 다뉴브 강의 사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관광 자원 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정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헝가리와 같은 국가들은 과거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한 이후 급속도의 공업화를 시도했지만 민주화 이후 침체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가 관광산업 진흥과 결합한 서비스업의 발전이다. 이들이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여행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에는 이런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호가 뒤에서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바이킹 시긴호 선장의 행적에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주변 선박들의 증언을 보면 이 선장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순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 선장은 얼마 전에도 충돌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고도 한다.

부다페스트의 시민들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줘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가 이 사건을 과연 엄정하게 다룰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있는 것 같다. 참사의 희생자들은 헝가리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들이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크루즈선의 선장은 자국민이므로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우려이다.

이 때문인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 외교장관들과 회의를 하기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철저한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헝가리 검찰총장이 보낸 애도 서한에 답신을 하는 형식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크루즈선 선장에 대한 엄중처벌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함께 볼 필요가 있는 것은 헝가리의 노동정책 후퇴가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tbs라디오를 통해 이런 사실을 지적한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노동자 연장 근무시간이 올 1월 연간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늘어난 점을 거론했다. 이 때문에 배의 선원들이 임금인상이 아닌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게 됐고 이직율도 높아져 사고를 대비한 대처능력 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져볼 만하다. 여기에는 당연히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도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참사는 정치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이 1차원적인 정파적 공방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근본적 차원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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