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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의 현재, 그리고 내일의 김지영이 안녕한 세상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82년생 김지영>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다뤄
장영 기자 | 승인 2019.06.06 11:15

여성을 향한 범죄는 여전히 잔인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녀평등을 외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는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분명 변하고 있지만 불안도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신림동 김지영도 봉천동의 김지영도 각자도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신림동에서 벌어진 사건은 충격이었다. 새벽 시간 귀가하던 여성의 뒤를 쫓는 남자, 그리고 단 1초 차이로 여성이 위기를 모면한 장면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안심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직접 CCTV 영상을 공개해 불안에서 벗어나려 한 그 신림동 김지영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전했다. 

신림동 김지영의 현실 폭로 후 수많은 김지영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들 역시 유사한 경험을 했고, 그런 불안으로 인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위기의 김지영들을 돕기 위한 '목소리 기부'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남주 작가. 화제를 모았던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씨는 김지영을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세상엔 수많은 김지영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1982년도에 태어난 여성 중에 가장 많은 이름은 김지영"

"그 이름은 가장 보편적인 이 시대 젊은 여성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수많은 김지영들이 겪어왔던 사건의 한 대목… "나 지영이. 정류장으로 나와 빨리 제발…" 깊은 밤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 오랜 시간의 학습효과 혹은 수많은 경험담으로 인해서… 적어도 그 순간…"

"숨을 쉰다는 것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동의어가 되는 그 순간에… "학생! 학생! 이거 두고 내렸어요." 여자는…얼핏 보기에도… 김지영 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카프를 흔들며 달려왔고…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그는 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리고 그 소설 속 이야기들은 현실이 돼서…"

[앵커브리핑] '신림동의 김지영, 봉천동의 김지영'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82년생 김지영>의 한 대목을 꺼내 수많은 김지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82년에 태어난 여성 중 가장 많은 이름이라는 김지영. 그 김지영들은 지금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다는 말이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김지영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을까?

여성에 대한 증오 범죄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개적으로 표출되었다. 혐오 범죄를 당연시하는 집단, 그들을 키우고 그런 극단적 성향의 인물들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왔던 자들은 여전히 그 혐오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막말의 시대를 외치고 있다.

혐오와 증오가 일상이 된 사회가 정상적일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방치된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것들을 잃었다. 물론 그런 짐승의 시대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힘은 결국 변화를 이끌었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런 변화의 힘은 이제 세상 수많은 김지영을 향해 움직여야 할 시기다. 

"신림동에 사는 김지영은 단 1초 차이로 아찔한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났고… 오늘 전해드린 내용에 따르면 봉천동에도…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지역에서도… 순간순간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김지영들은 존재합니다. 어떻게든 각자도생하고자 남성의 이름으로 택배를 주문하고, 전화로 굵은 목소리를 내는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초인종을 구입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한때 일부에서 여성주의 소설이라고 공격을 받았던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그러나…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위기의 그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도운 또 다른 여성이 김지영 씨에게 해준 말은 다음과 같았으니까요.

"학생 잘못이 아니에요. 이상한 그들이 문제지… 근데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아요"-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세상은 그래도 좋을 것이라 이야기하는 그 단단한 믿음에… 오늘의 세상은 어떤 답을 준비해야 할까…"

[앵커브리핑] '신림동의 김지영, 봉천동의 김지영'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누가 세상의 김지영들을 증오하게 만들고 있을까? 누군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방치하고 있다.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을 불평등하다고 외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분명 여성혐오 범죄는 존재한다. 신림동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해도 봉천동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어디 봉천동뿐이겠는가.

남성 위주의 사회는 종말을 고했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물론 그 혼란기를 겪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는 언급하지도 않았던 여성을 향한 범죄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여성의 뒤를 쫓아도, 그녀의 집을 두들겨도 낭만으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과거 통용되던, 낭만이라 불렸던 일은 이제 범죄가 되었다. 범죄를 범죄라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모든 것은 뒤틀리기 마련이다. 법을 만드는 위치에 있는 자들마저 시대의 변화에 더디고 굼뜬 현실 속에서 속도는 자연스럽게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한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어제의 김지영, 그리고 오늘의 김지영은 힘들었을 수 있지만 이제 내일의 김지영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과거의 낡은 것들을 털어내고 스스로 성장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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