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퀴>팀에서 MBC 연예대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보도들이 뜨고 있다. 그 경우, 유재석은 SBS 대상의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올해 아무 것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신상필벌의 원칙은 엄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어느 사회든, 어느 부문이든 상벌의 원칙이 바로 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된다. 대중문화부문도 마찬가지다. 정작 받을 사람에게 상을 안 주면 시상식이 우스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유재석이 연말에 대상을 하나도 못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태고, 특히 MBC 연예대상을 못 받는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다. 유재석 이외에는 올해 MBC에서 연예대상 수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그러므로 유재석을 대상수상자로 만들어야지, 남에게 박수쳐주는 대인배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그는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이끌었다. <무한도전>은 현재 <1박2일>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 최고 프로그램의 수준이 아니다. 방송3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반기에 시청률이 주춤했지만, 상반기에는 압도적인 인기도 누렸다.

그런 인기와 함께 사회적 의미와 창의성까지도 보여준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놀라운 점이다. <무한도전> 정도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예능은 한국에서 더 찾아볼 수 없다. 창의성도 그렇다.

요즘 순간적인 순발력, 재치, 막말, 리얼리티 등이 인기를 끌면서 미리 기획되는 코미디들이 전멸하고 있다. 인기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하나밖에 안 남았다. <무한도전>은 이런 트렌드를 선도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동시에 매번 새로운 상황을 기획해내는 창조성도 보여준다. 이것이 <무한도전>을 따라 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무한도전>의 다른 점이다.

리얼리티에만 의지해 테마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번 기발한 기획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순발력이 창조성을 압도하는 이 시대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한도전>은 시청률의 차원을 넘어서서 명실공히 M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야 하고 유재석은 그 중심에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의 리더십은 <세바퀴>의 MC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놀러와>도 그렇다. <놀러와>는 아예 유재석의 개인적인 성격이 프로그램의 성격으로까지 확장된 케이스다. 그러므로 <세바퀴> MC들의 역할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유재석의 역할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절대적이다.

<놀러와>가 비록 <강심장> 정도로 인기를 얻지 못했고, 연말엔 <밤이면밤마다>에게 도전 받기도 했지만 그 의미면에서 과소평가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막말 폭로 욕망 감동 등 자극성 버라이어티 집단토크쇼가 대세가 된 지금 마치 오아시스처럼 남아있는 조용하고 진솔한 토크쇼다.

현재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강심장>의 강호동이 SBS에서 대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 그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색깔을 지켜가면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놀러와>가 MBC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바로 그 <놀러와>의 MC가 동시에 <무한도전>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그의 대상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고 할 수 있다.

<세바퀴>는 집단토크쇼 트렌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트렌드 속에서 적당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독보적인’ <무한도전>이나 <놀러와>에 비해 현저히 약하다.

<세바퀴>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딱 하나, 여성이란 부분을 꼽을 수 있겠다. 이것도 상당히 중요하긴 한데 그런 의미에서 상을 준다면 우수프로그램상 정도면 된다. 연예대상은 말이 안 된다. 프로그램의 중량감으로 따져도 그렇고, 또 연예대상을 준다고 해도 <세바퀴>는 MC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그 대상자를 찾을 수도 없다. <강심장>을 장악한 강호동, 이승기와는 전혀 다른 케이스인 것이다.

이외에 현재 매체에서 거론되고 있는 어느 누구도 유재석에 비할 수 없다. 만약 <뜨거운 형제들>이 성공했다면 그 활약 정도에 따라 박명수나 김구라에게 대상이 가야 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 MBC 연예대상은 무조건 유재석이어야 한다.

<무한도전>팀에 연이어 대상이 가는 것에 부담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무한도전>은 그래도 되는 프로그램이다. ‘클래스’가 다른 ‘레전드’이니까. MBC 연예대상이 유재석을 대인배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 대인배가 아닌 대상수상자 유재석이 되어야 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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