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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변화 때면 등장하는 '조선일보 오보'대북 관련 오보, 김영철 건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3차례나…"대북 정보는 합리적 의심 안해"
전혁수 기자 | 승인 2019.06.04 17:59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혁명화조치 됐다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일보의 오보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외교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오보도 함께 있었다.

지난달 31일 조선일보는 1면에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노이 협상 결렬로 충격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부 동요와 불만을 돌리기 위해 대대적 숙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5월 31일자 조선일보 1면.

그러나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 당선된 군부대들의 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는데, 이 자리에 조선일보가 노역형을 받았다고 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이 동석한 것으로 확인했다. 

조선일보가 총살됐다고 보도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신상도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선일보는 김 특별대표가 지난 3월 외무성 간부 4명과 함께 조사 받고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지만, 4일 CNN은 김 특별대표가 구금상태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측은 오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는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쓴 기사"라며 "기사를 쓰기 전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북한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에서 처형을 의미하는 문구가 나와 기사로 쓴 것이다. 이미 취재원 여러 명에게 크로스체크가 된 보도"라고 했다.

▲지난해 5월 19일 TV조선 보도.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오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북한은 외신과 한국 언론을 불러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TV조선은 <[단독] "北, 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 리포트를 내놨다. TV조선은 "북한은 사증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 원의 돈도 요구했다"며 "외신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 보도는 오보였다. 국내 취재진들이 지난해 5월 22일 북한 원산으로 가는 미국 CNN, 중국 CCTV,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기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했는데 "요금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유화적 행보가 계속되던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였다.

TV조선은 '풍계리 1만 달러' 보도로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TV조선이 의견진술에서 미국 외신 기자 2명이 북한 당국자에게 1만 달러를 요구 받았고, 2명의 기자는 풍계리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객관성 위반이 문제가 됐다.

▲2018년 5월 24일 TV조선 인터넷판 속보. (사진=TV조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지난해 5월 24일, TV조선이 인터넷판에 속보를 냈는데 오보로 밝혀졌다. TV조선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일 <[속보]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던 상황이었다.

당시 조선일보, TV조선 기자들은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국내 언론 중에서는 제비뽑기 등을 통해 선정된 뉴스1과 MBC가 취재를 갔던 상황이다. 외신으로 범위를 넓혀도 국내 언론 2곳과 미국 AP통신, CNN, 중국 CCTV, 러시아 타스통신, 러시아투데이방송 정도가 현장을 취재했다.

TV조선의 속보는 오보로 확인됐다. TV조선은 해당 속보를 송고 약 10분 만에 삭제했다. TV조선 관계자는 당시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오보가 맞다. 온라인 뉴스팀 착오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오보로 TV조선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해 5월 25일 TV조선은 "TV조선 인터넷 뉴스는 24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이라는 문구를 밤 11시28분부터 10분 가량 노출시켰다"며 "온라인뉴스팀의 착오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확인 즉시 이를 삭제했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오보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5월 28일 조선일보는 <韓美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을 포함한 국정원 요원 3명은 지난 23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비공식 면담을 했다고 한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탄 시점이었다"고 보도했다.

▲2018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미·북 간 기류가 여의치 않다고 보고 국정원 대북 라인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나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김상균 2차장을 포함한 국정원 요원 3명이 23일 평양을 방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가 지속되자 청와대가 직접 '조선일보'를 언급하며 자제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5월 29일 김의겸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고 있다.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던질 수 있는 호기"라며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 언론 보도가 그 위태로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일일이 언급하며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며 "평소처럼 우리 내부만의 문제라면 굳이 들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남·북·미가 각자의 핵심적 이익을 걸어놓고 담판을 벌이는 시점이다. 말 한마디로 빚어진 오해와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오보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는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가수 현송월(현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음란물을 찍어 총살됐다고 했는데, 현송월은 이듬해 5월 북한 전국예술인대회에 등장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는 방남해 북한 예술단 공연을 지휘했고, 4월에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986년에는 김일성 주석이 암살당했다는 오보도 냈다. 조선일보는 1986년 11월 16일 "북괴 김일성이 14일쯤 북괴의 반김 세력에 의해 피습, 사망한 것이 확실시 된다"며 "김정일도 부상을 당했거나 사태를 통제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주석이 평양에서 몽골 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오보로 판명났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북한 관련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로 ▲상업적 욕구 ▲북한에 대한 편견 ▲언론의 경향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북한 관련 정보는 워낙 제한된 정보이기 때문에 국내 언론이 기사를 쓰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신중하게 기사를 써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김서중 교수는 "먼저 불확실한 정보임에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보를 기사화 하느냐 마느냐 고민을 할 때, 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상업적 유혹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며 "저널리즘 차원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자신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확신을 하고 내보낼 수도 있다. 편견이 있기 때문"이라며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북한에서는 가능하다는 선입견이 씌워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널리즘의 차원에서 보면 어떤 정보든 취재원의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자는 모든 정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는데,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북한 관련 보도 내용이) 특정 언론이 가진 경향성과 맞아 떨어진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보도를 했을 때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오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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