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KT가 고객 약관과 달리 인터넷·TV 장기 이용자 대상으로 하는 재약정 요금할인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인터넷·TV를 3년 이용한 고객에게 상품권을 미끼로 재약정을 권유하면서 요금할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KT 고객약관 위반이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KT의 모바일·인터넷·TV 판매 교육자료에 따르면 KT는 올해 1월부터 ‘약정갱신’ 제도를 도입해 인터넷·TV를 3년 이용한 장기 고객에게 계약 갱신을 권유하고 있다. 약정갱신에 응한 고객에게 15~20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으며 재약정에 따른 요금 할인은 제외돼 있다. 해당 자료는 KT의 마케팅부문 GiGA 사업본부, Customer&Media부문 영업본부·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 등에서 작성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KT 약정갱신 제도 교육자료 중 일부 (사진=미디어스)

KT의 약정갱신 제도는 ▲유·무선 결합 ▲인터넷·TV 추가 갱신 권유가 동시에 이뤄진다. 교육자료에 따르면 상담원은 유·무선 결합이 된 고객에게 “핸드폰 기기변경을 하고 인터넷·TV 약정 3년 새로 하면 상품권을 주겠다”고 권유한다. 유·무선 결합이 안 돼 있는 고객에게 “모바일 신규 가입하면서 인터넷·TV 3년 새로 하면 상품권을 주겠다”는 식이다.

문제는 고객이 ‘약정갱신’ 제도에 응해 인터넷 이용을 약정했을 때 당연히 받아야 할 ‘재약정 할인’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KT는 인터넷을 3년 사용한 고객이 사용 기간을 연장할 경우 일정 금액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도록 고객 약관에 명시했다. KT가 약정갱신 제도를 통해 인터넷 재약정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장기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이용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제50조 제1항 제5호)를 금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금지행위가 발견되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KT 인터넷 장기 이용고객에 대한 할인 제도 고객 약관 (사진=KT 홈페이지 캡쳐)

KT의 ‘약정갱신 제도’는 모바일·인터넷·TV 이용자가 SKT·LG유플러스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KT는 교육자료에서 “경쟁사로의 모바일·인터넷·TV 이탈 대응을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약관 위반의 소지가 있음에도 고객에게 ‘상품권’을 미끼로 인터넷·TV 가입 기간 3년 연장을 권유하고, 모바일 결합까지 함께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측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라면서 “고객이 약정 갱신을 통해 신규가입에 준하는 상품권을 받을 수도 있고, 약정 갱신 대신 재약정을 해 요금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KT측은 “통상적으로 고객의 인터넷 약정 기간이 만료되면 타사에서 가입 유도 전화를 한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해지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내 상품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통신사가 상품권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약관에 명시된 요금할인을 따르지 않는 건 명백한 사업법 위반이다.

방통위는 2월 인터넷·TV 결합상품 경품 상한 제한을 없애고, 경품을 전체 평균의 ±15% 범위 내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고시 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고시는 오는 6일부터 시행된다. 경품 상한선이 없어진 상황에서 통신사의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T가 약정갱신 제도를 통해 인터넷·TV 이용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익 하락과 연관이 있다. 5월 KT가 발표한 19년도 1분기 무선사업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0.5% 감소한 1조 7325억 원이었다. 유선사업 매출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대비 2.7% 감소한 1조 1670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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