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1910년 순국 당시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감옥 부근의 '기독교 묘지'에 매장됐다는 러시아 신문기사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에 문화일보와 조선일보는 해당 러시아 기사를 '오보'로 단정, 국가기록원이 유해발굴 작업에 혼선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안중근 의사의 '기독교 묘지 매장 보도'를 사실로 단정한 바 없으며, 기자설명회 때 아사히 신문의 보도내용과 매장지가 달라 추가적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하바로프스키 등의 지역신문이 보도한 안중근 의사 관련 기사 24건을 공개했다. 안중근 의사 의거일 다음날인 1909년 10월 27일부터 1910년 4월 21일까지의 안중근 의사 관련 보도였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기사는 안중근 의사 매장지와 관련한 '우수리스까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 21일자 보도였다. 해당 기사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직후 교도소 예배당으로 옮겨졌다가, 지역의 기독교 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보도됐다. 종전 안중근 의사의 매장지는 교도소 내의 묘지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묘지'를 언급한 내용의 기사가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기록원 ‘안중근 묘지 오보’ 알고도 공개… 유해발굴에 혼선만> 문화일보 5월 30일자 보도

이에 문화일보는 지난달 30일 <기록원 '안중근 묘지 오보' 알고도 공개… 유해발굴에 혼선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기록원이 '안중근 의사가 기독교 묘지에 묻혔다'는 러시아 신문기사가 오보임을 알고도 국가보훈처·학계 등과 상의없이 실적 알리기에 급급해 유해발굴 작업에 혼선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국가기록원이 28일 발굴·공개한 '안중근 의사가 교도소 인근의 기독교 묘지에 묻혔다'고 보도한 러시아 신문 기사는 당시 일본 아사히 신문을 잘못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개한 러시아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 21일자 기사는 '아사히신문의 특파원에 따르면'이라며 아사히신문을 인용 보도했는데, 정작 인용된 같은 해 3월 27일자 아사히신문의 '뤼순 특파원발' 기사는 '감옥 공동묘지에 매장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내용에 한발 더 나아가 이 문제를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지었다.

<'안중근 묘지 위치' 확실하지 않은데도… 일단 공개하고 본 국가기록원> 조선일보 5월 31일자 사회 10면

조선일보는 31일 <'안중근 묘지 위치' 확실하지 않은데도… 일단 공개하고 본 국가기록원> 기사에서 "국가기록원이 공개 전 해당 내용이 오보인 줄 알면서도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실을 엄격하게 다뤄야 할 정부 기관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국가기록원은 덕성여대 교수 출신의 이소연 원장이 지난 2017년 취임한 뒤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며 이 원장이 취임 후 '적폐 청산'에 나서 국가기록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테스크포스를 만들었으나 이후 "확실한 증거를 못 찾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국가기록원이 본연의 업무인 자료의 수집과 보관에서 이탈하려고 하니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라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안부는 31일 설명자료를 통해 "국가기록원은 안중근 의사의 '기독교 묘지 매장 보도'를 사실로 단정한 바 없으며, 기자설명회 때 추가적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국가기록원은 안중근 의사 의거와 관련된 러시아 극동지역의 신문기사 24건을 수집하여 공개하였으며, 그 중에 안 의사의 유해가 ‘기독교묘지’에 매장되었다는 보도기사가 포함되어 있다"며 "이러한 보도 내용을 사실로 단정한 바 없으며 종전에 알려진 안 의사의 매장장소와 다르다는 점을 보도 자료에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안부는 "기자설명회 시 '아사히신문의 보도내용과 매장지가 달라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면서 "러시아 신문의 안 의사 매장지가 아사히신문의 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오보로 단정하고 해당 기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혹시 있을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신문 기사가 당시 아사히신문 등 종전에 알려진 매장지와 다르게 표현된 부분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질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아사히 신문의 보도내용과 매장지가 달라 추가적인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기자설명회에서 분명히 밝혔느냐는 질문에 "그 자리에 기자분들 20여명이 계셨고, 다른 기자분들도 다 그렇게 보도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일보·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 "아사히 신문에서 매장지를 보도한 내용은 알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신문이 그것을 오역했다는 어떤 물적 단서가 없다. 오역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는데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저희로서는 자료를 공개해 관련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검증하고, 연구해보는 게 맞다는 취지에서 공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발표 전 국가보훈처·학계 등에 논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자료가 공개된 이후 아직까지 (국가보훈처·학계 등에서)별다른 연락은 없다. 관련 기관에서 협조요청을 하면 기꺼이 자료를 제공하고 자료 입수 경위부터 상세하게 설명드리겠다. 그러려고 입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관계자는 "공청회를 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사를 전공한 자문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평가 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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