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정상 정복에 나서는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에 악재가 불어 닥쳤습니다. 바로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이자 확실한 득점원 박주영(AS 모나코)이 다친 것입니다. 박주영은 지난 23일, 소속팀 정규 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기도 세레모니를 하다 격하게 박주영을 축하하러 온 동료의 몸에 눌려 무릎 연골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정밀 진단을 받은 박주영은 최소 4주 경기 출장이 어렵게 됐고, 이 때문에 2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 출전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박주영의 세레모니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 전력 공백 우려 목소리가 많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대체할 만한 자원을 확실하게 키우고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 기회에 선수들의 각오나 의지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 감독은 기존 공격 자원인 지동원(전남), 유병수(인천)를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그 가운데서 아직 큰 국제 대회 경험이 없는 2010 K-리그 득점왕 유병수가 과연 이번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 축구대표팀이 19일 오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단국대와 연습경기를 한 가운데 유병수가 골키퍼를 제치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연속 K-리그에서 10골 이상을 쏘아 올렸고, 올 시즌에는 무려 22골을 몰아넣으며 역대 최고 경기당 평균 득점율(0.78골)을 기록한 유병수는 올해 한국 축구에서 가장 잘 나간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인천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경기당 꼭 1골씩 이상을 넣는 만점 활약을 펼쳤습니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유병수는 충분히 국가대표에 오를 만한 자격을 보여줬고, 이를 눈여겨 본 조광래 감독은 지난 10월 한일전에 과감하게 그를 발탁해 후반 막판에 잠시 출전, A매치 데뷔를 하기도 했습니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유독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유병수는 비록 월드컵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해도 K-리그 득점왕, 그리고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개인적인 성과를 내며 인상에 남을 한 해를 보냈습니다.

유병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남다릅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골을 뽑아내는 골결정력, 보다 넓어진 활동 반경과 활동량으로 공격 지역에서 유기적인 플레이가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진 점은 유병수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비록 대표 경력이 짧다 해도 그는 일본과의 라이벌전이라는 큰 경기에 출전해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소중한 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 부쩍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병수의 플레이는 더욱 안정감이 쌓였고, 아시안컵에 출전할 엔트리를 뽑기 위한 무대였던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공격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았습니다. K-리그 시즌 막판에 다소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장점을 놓고 보면 유병수에게 박주영 못지않게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도 맞다고 봅니다.

백업 요원 정도로 생각했던 유병수 입장에서는 좀 더 큰 부담을 안고 첫 국제 대회인 아시안컵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잘 극복하고 자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줘야 대표팀에도 롱런할 수 있고, 득점원 부족이라는 한국 축구의 오랜 약점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유병수 개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존재감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 공격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박주영의 부재로 축구대표팀 공격수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경기력, 실력 면에서 가장 수준이 높다고 하는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가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합니다. 유병수 개인에게 첫 국제 대회이기는 해도 개인으로나,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도 소중한 경험을 쌓는 기회가 돼서 좋은 성적도 내고, 내용 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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