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나영석 PD는 본의 아니게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자주 비교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이 만드는 예능 프로가 현재 한국의 대표적 작품인 탓이다. 시청률 견인으로 말하자면 무조건 나PD의 압도적 승리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갖는 많은 의미와 기타 파급력 등등을 따지자면 아마도 김PD 쪽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다지 공정한 비교 평가는 되지 못한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은 예능이라는 것만 같지 프로그램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봅슬레이를 타고, 프로 레슬링을 할 수 있고 심지어 환경특집까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데 반해 1박2일은 우리 삼천리금수강산을 시청자에게 소개하고 그곳 경치와 어우러지는 그림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1박2일이 마련한 2010년 마지막 방송은 아주 독특하고 기발한 여행 방법을 출연진에게 제시했다. 이승기가 트루먼 쇼라고 여러 번 강조한 제작진 없는 그들만의 여행, 그래서 타이틀도 ‘우리끼리 산골여행’이다.

사실 모든 예능 프로그램은 사실 트루먼 쇼에 기반을 둔다.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할 수많은 카메라가 출연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하기 때문이다. 1박2일만 해도 출연진은 불과 다섯으로 줄었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십여 대가 따라다닌다. 특히나 1박2일 카메라는 여행지의 절경도 담아야 하기에 많은 영상장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장비마다 사람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큰 차이를 주는지를 이번 출연진 단독 여행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강호동도 그런 것을 느꼈는지 새삼 스태프의 고생과 고마움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우리끼리 산골여행’은 예능이 아니면 불가능한 시도인 동시에 예능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발상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란 스튜디오 촬영이라 할지라도 상황마다 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어 그것을 제작진과 협의하여 풀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것 전혀 없이 출연진들이 알아서 하는 예능이 과연 가능하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사실은 이승기 표현대로 트루먼쇼가 된 1박2일은 정말로 기가 막힌 발상이자 일탈이며 1박2일이 내심 품고 있었을 그들의 아이디어 제조능력에 대한 과시의 측면도 읽을 수 있었다.

기존 예능에서는 카메라가 말하지 않아도 출연진을 따라붙지만 ‘우리끼리 산골여행’에서는 출연진이 카메라에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 또 평소의 습관대로 그러지 않는 것도 얘기꺼리가 된다. 예컨대 감자 먹는데 정신 팔려서 카메라 앵글 따위 안중에도 없었던 모습들이 그렇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제작진이 없다보니 평소의 1박2일과 달리 너무 잔잔했던 점이다. 그들 나름대로 돌맞추기와 설거지도 복불복을 해봤지만 한번은 오디오가 없었고 설거지는 너무 싱거웠다. 1박2일의 복불복은 출연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다.

이번에 이승기가 나PD 흉내를 통해 그의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예능감 대폭발을 보인 것처럼 1박2일의 복불복에는 나영석이란 시어머니가 있어야 제 맛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거지 정도로 복불복을 논하기는 너무 싱거운 일이었다. 그래도 연말이니 그들끼리 형제애를 새삼 느끼며 장작으로 뜨겁게 달군 좁은 온돌방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 심심하고 밋밋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미리부터 몰랐을 나PD가 아니었다. 출연진에게 밤12시가 되면 불을 끄라는 미션을 줬는데, 그 미션은 나PD가 준비한 아주 조촐한 송년 파티를 위한 신호였다. 오히려 귀신이 무서워 할 강호동이 불을 끄자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는데, 그 어둠을 뚫고 나PD와 1박2일 제작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의 못생긴 덧니를 귀엽게 내보이며 웃는다. 그가 준비한 것은 말이 파티지 그저 촛불만 많이 꽂은 평범(?)한 고구마 케이크 달랑 하나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 씀씀이에 출연진들은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진짜로 송년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승기가 나PD로 빙의되어 실컷 보여주다시피 그에게는 출연진을 위한 배려보다는 매운 시어미이었다가 때로는 얄미운 시누이가 되는 아무튼 출연진에게는 가혹한 PD다. 그가 손수 들고 들어온 고구마 케이크은 적어도 출연진에게는 따뜻하고 로맨틱한 나PD로 보일 수 있었다. 상황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마 모든 시청자들도 나PD가 출연진들을 위한 세심한 정성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물론 그런 나PD의 로맨스도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고구마 케이크 두 조각에는 고추냉이가 들어가 있었고 그것을 먹은 은지원과 김종민은 1박2일 2010년 마지막 복불복 즉 야외취침에 당첨된 것이다. 그 순간 배꼽을 잡고 웃어야 했다. 이렇게 완벽하고 통쾌하게 속인 나PD의 능청스러움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그것은 즐거움이고 유쾌함이었다. 이후에 터진 나PD를 앞에 둔 이승기의 나PD흉내는 우리끼리 산골여행이 그저 예능의 실험만이 아닌 웃음도 여전히 제공해주었다. 이승기의 우연한 나PD 흉내도 있었지만 1박2일 송년 방송 ‘우리끼리 산골여행’의 주연은 나영석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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