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주)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파크컨벤션홀에서 ‘영화부가판권 시장확대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업 및 관련시스템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무분별한 불법 다운로드로 고사 위기에 처한 영화부가판권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을 공개한 것이다.

설명회의 골자는 ‘DCMS’와 ‘즐감’이라 이름 붙여진 두 가지 서비스다.

‘디지털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DCMS, Digital Contents Management System)’은 영상콘텐츠 판권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고 부가판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 관리기능과 영상물의 Meta DB, 정산 시스템 등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한겨레 1월22일자 27면.
‘DCMS’의 핵심은 투명한 관리와 공정한 수익 배분, 손쉬운 접근이다. 과거에는 저작권 권리자가 판권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판권 정보, 계약기간, 정산 등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현황을 ‘DCMS’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유저들이 접하게 될 ‘즐감’은 DRM이 적용되어 불법복제가 차단되고 자체적으로 재생 가능한 플레이어가 내장된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결제 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씨네21(주)은 ‘즐감’을 통해 영화제작가협회에 속해있는 제작사의 모든 영화에 대한 판권을 위탁 관리하게 되며, 국내외 다른 영화로 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즐감’은 그동안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웹하드, P2P 등을 포함한 유통경로로 눈길을 끈다. ‘즐감’은 DRM을 입힌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기존의 웹하드, P2P 사이트 등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고,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재생 시 ‘합법적으로 제공된다’는 문구와 함께 예고편 종료 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동아일보 1월9일자 22면.
영화 산업의 수익구조는 극장 수입과 부가판권 수입으로 나뉘지만, 한국영화는 부가판권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극장 수입의 의존도가 무려 83%에 달한다. 390억 규모의 불법복제 DVD 시장, 1200억 규모의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인해 부가판권 시장이 무너져버린 탓이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해 12월 27일 ‘저작권침해방지 연차 보고서 2007’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추산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유포된 영상은 무려 113억 3483만 6000여 편이고, 이중 영화는 33억 803만 5000여 편이다. 유포된 영화에 불법거래 단가를 적용해보면 5711억 원의 규모고, 이로 인한 합법시장의 침해는 339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국민이 1인당 평균 27편의 불법 영상물을 다운로드하거나 불법 VOD를 통해 관람했다는 결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2월 17일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한 7개 영화단체는 영화인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안’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제안에서 영화단체들은 “불법복제, 불법 다운로드를 통한 영화의 유통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절실한 지상과제와 함께 “현재 관람요금으로는 도저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기에 영화 관람요금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영화 위기론’ 속에서 6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는 영화 관람료를 인상시키는 것만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급하게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화 관람료 인상은 오래전부터 제시돼왔지만, 현 시점에서 동족방뇨(凍足放尿)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부의 자성은 차치하고 오히려 모든 책임을 관객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뿐이다.

고사된 부가판권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한다. 그 과정 속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겨냥한 ‘DCMS’와 ‘즐감’의 등장은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합법 다운로드에 대한 실오라기 같은 하나의 희망에 가깝다. ‘즐감’이 이룰 성과는 솔직히 미지수다. 고화질을 이점으로 내세웠지만 네티즌들이 공짜라는 메리트를 쉽게 포기할리 만무하며, 수많은 유통경로를 모두 아우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 다운로드가 범죄임을 강조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신고제도인 ‘영파라치 시스템’을 도입해 법적 제제를 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면, 합법 다운로드의 실용적 방법을 꾸준히 도입, 개선해야함은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DCMS’와 ‘즐감’의 실천에서 오는 진정한 의의를 찾아야한다.

▲ 영화전문포털 '조이씨네' 서정환 편집장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고 어둠의 경로를 탐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 주고 볼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고, 시간과 돈의 절약이 화질과 사운드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며, 디지털화된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를 원한다.

불법 다운로드와 불법 복제가 지금의 영화 시장을 만든 건 아니다. 다운로드 합법화는 영화 시장을 활성화할 근본 방편은 아니란 말이다. 영화 제작의 구조적 모순의 해결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해결의 효용성을 높여줄 부가판권 시장의 정상화 또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다운로드 합법화 시대는 더 큰 의미를 전제하고 내포해야 한다. 다운로드 합법화 시대가 곧 한국영화 시장의 정상화 시대여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