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례적으로 2회를 방송한 ‘노무현과 언론개혁’ 2부도 여전히 분노해야 했고, 침통했다. 1부가 노무현 죽이기에 나선 언론의 광기를 다뤘다면, 2부는 “노무현의 싸움은 계속된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방송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언론과의 전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패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으니 패배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언론과 시민의 전쟁이 시작됐으니 그의 패배는 결론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아마도 “신문에 난 일”이라면 무조건 사실로 통용되던 오랜 관행이 깨지게 된 결정적 전환점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일사분란했다. 잔혹했고, 비열했다. 법인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세무조사를 언론사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말에 ‘독재’ 운운했던 것이 언론이다. 언론은 스스로 기업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은 초월적 존재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언론의 초법적 지위가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노무현과 언론개혁' 편

현재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좀처럼 보도되지 않는 이슈가 있다. 청와대 및 정부부처에 존재하는 출입기자실 문제다. 출입처라는 개념은 전 세계 언론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낯선 것이다. 거의 일본과 한국에서만 존재한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학자들은 언론개혁의 한 방향으로 기자실과 출입처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전했다. 전문가 아니면 기사를 쓰지 못할 지경인 언론이 또 애써 외면하는 전문가 시각이기도 하다.

출입처와 기자실의 문제는 폐쇄성과 담함이 가장 큰 문제이다. 독일기자인 안톤 숄츠는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보담합이라는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실은 언론사의 것이 아니라 정부부처와 기관의 건물인데 마치 당연히 언론사의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라는 말도 보탰다.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고, 기자실 폐쇄가 언론장악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앞세워 노무현 대통령을 5공독재에 비유했다. 심지어 “5공보다 악랄한”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기자실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이 아무리 싫다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5공독재에 비유한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었다. 한줌의 이성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쓰지 못할 표현이었지만 광분한 언론은 앞뒤 가리지 않고 펜을 비수처럼 휘갈겼다. 행태를 놓고 보자면 독재는 노무현이 아니라 언론에 붙여야 했다. 요즘 누군가 그런 것처럼.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노무현과 언론개혁' 편

유시민 이사장의 표현대로 언론은 “유일하게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분노한 이유는 “법 위에 군림하며 견제 받지 않고, 선출된 적도 없고, (심지어) 교체되지도 않을 항구적인 사적권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견제와 균형에 있다. 왜 언론이 꼭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경제폭망설을 퍼뜨리고, 대통령을 무시하고, 계층갈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주에 걸쳐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노무현과 언론개혁”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유가 다 나왔다. 언론은 절대로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 ‘제왕적’이라는 말을 듣는 대통령 중심제의 나라에서 대통령도 바꾸지 못한 언론을 견제할 유일한 세력은 ‘시민권력’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이 시작한 언론과의 전쟁은 노무현의 패배로 끝난 것이 아니다. 노무현이 패배한 그 지점에서 노무현을 대신해 언론과 전쟁을 시작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잃지 말아야 할 사람을 잃었고, 그 죽음에 작동한 언론권력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무현이 하던 싸움은 시민들로 이어졌다.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끝낼 때마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이다. 때로는 그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한 시간 방송을 보나 싶을 정도로 들을 때마다 새삼스럽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의지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다. 이번 방송으로 새삼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존재에 안도하게 된다. 노무현 혼자, 이후 시민들만 하던 싸움에 방송이 참전했다. 얼마나 큰 우군인지 말할 필요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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