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아주 소중한 인재 하나를 잃었다. 다섯 나라에서 진행된 글로벌 오디션에서 유난히 합격자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허지애의 불참으로 서울 본선무대의 기대감과 미국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었다.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을 위대한 탄생 제작진은 몇 번이고 되뇌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까지 한데, 애초에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이 아니었던 탓도 크리라.

그러나 일반 예능이라면 이런저런 악재에 호응도 없는 프로젝트 조기종영이라는 강수도 동원하겠지만 오디션이라는 특성상 그럴 수도 없어 이래저래 위대한 탄생이 올라선 외줄은 점점 더 가늘어지고 또 흔들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직 슈퍼스타K가 일찌감치 화제몰이에 성공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위대한 탄생에도 하나둘 기대주의 모습이 보태지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런 참가자들로 해결되지 못하는 위대한 탄생의 화제성을 대신 채워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심사위원 아니 멘토들이다. 처음부터 방시혁의 독설이니 김태원의 인간미니 시청자의 눈에는 참가자의 모습보다 심사하는 이들의 존재감이 훨씬 컸었다. 아직도 그런 본말이 바뀐 현상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나마 몇몇 가능성 있는 참가자 중에서 허지애마저 빠졌으니 위대한 탄생은 참가자보다 자연 심사위원들의 표정과 말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바라본 위대한 탄생 멘토들은 과연 심사위원이라는 말 대신 멘토라는 역할을 아주 성실하게 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자 보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이은미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조언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위대한 탄생에 참가하는 멘토들은 슈퍼스타K보다 훨씬 많다. 그들은 주로 가수와 작곡가로 구성돼있다. 같은 작곡가라도 방시혁과 김태원은 참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달랐으며, 멘토로 참여한 가수 중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신승훈과 이은미는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색깔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그중에서 이은미의 참가자들에 대한 태도는 특히 유별나 보였다. 이름을 어떻게 붙였건 이들이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임무는 합격자를 골라내는 일이다. 합격 버튼만 누른다면야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역시 참가자를 눈앞에 두고 불합격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편치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이은미는 그렇게 불합격 버튼을 누르는 것도 참 노래만큼이나 시원시원하게 하지만, 그와 달리 참가자들에 대한 조언은 대단히 힘겹게 말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은미는 한국 최고의 디바이다. 그것은 단지 노래하는 것만이 아니라 듣는 능력도 마찬가지였다. 24일 방송된 위대한 탄생에서 김태원은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말이었다. 노래를 직접 듣는 기능적인 문제와 동시에 많은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뜻을 중의적으로 담은 말이다. 음악을 잘 듣지 않는 가수가 있냐는 의문도 갖겠지만 그저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듯이 오직 음악만 듣기 위한 시간을 따로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수라면 그만큼 많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이 읽고, 생각하고, 습작해야 한다는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선천적인 자질이야 바꿀 수 없겠지만 가수에 뜻을 두고 있다면 이들 멘토들이 말해주는 심사평이 아닌 문제점 지적과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김윤아가 소극적이고 김태원은 노래 자체보다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 힘을 썼지만 왠지 고지식함 그 자체일 것 같은 이은미는 오직 노래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합격자를 고르는 일보다 참가자들에게 가수가 되기 위해서 꼭 고쳐야 하거나 혹은 갖춰야 할 것들을 간단하면서도 정확히 지적해주는 일에는 방심하는 일이 없었다. 아쉽게도 이번 주 위대한 탄생에는 소위 기대주의 모습은 크게 눈에 띠는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들 멘토들의 어쩌면 그냥 형식적인 말이 아닌 진정을 담은 조언하는 열성적인 모습이 크게 다가왔다. 이들이 심사위원이 아닌 멘토인 이유, 그것은 이들에게 정말로 노래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엄격한 자세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은 이들이 참가자들에게 지적한 발성의 문제, 체중의 문제 등등 아주 다양한 문제들을 피해 정말 최선의 가수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냐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에 혼이 있고, 감동이 깃들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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