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18년 KBS 경영평가보고서에 대해 KBS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보고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중 정치권의 이사 추천을 명문화하는 법안의 수용과 사장 인사권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담겨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이경호)는 30일 '경영평가는 어디가고 뜬금없는 지배구조 의견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논란이 된 경영평가보고서 내용에 대해 "한마디로 KBS의 지배구조를 정치권의 몫으로 오롯이 넘겨주라는 의견"이라고 총평했다.

'KBS 이사회 구조를 7:6으로 개편하고 특별다수제를 수용하되 여권에서도 과거 여권시절 추진하던 수신료 인상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행이사회 구조(7:4)와 사장선출방식을 그대로 두되, 3:2 비율의 준상임이사제를 도입하고, 부사장 2자리 중 1자리를 야권이사들의 추천 몫으로 주는 조건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 등의 보고서 내용에 대한 KBS 내부 비판이다. (▶관련기사 : KBS 경영평가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언론노조 KBS 본부는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평가대상도 아닌 KBS 지배구조를 논의하더니 이를 아예 공식으로 KBS 경영평가서에 넣어서 공표하겠다는 것"이라며 "KBS본부는 그동안 수차례 KBS지배구조에서 여든 야든 정치권은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고, 이사추천과 사장 임명에 있어 KBS의 주인인 시청자의 참여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경영평가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해당 문구를 작성한 경영평가위원과 이 같은 보고서를 제대로 심의하지 못한 KBS 이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구를 작성한 경영평가위원은 방송부문 평가를 맡은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어째 들어본 것 같은 인물이다. 다름 아닌 김인규 사장 시절 한나라당 추천으로 KBS 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라며 "KBS이사를 마치고 뭐하시나 했더니 이번에 소수이사 추천을 받아 경영평가 위원으로 위촉됐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는 "과거 이력으로 보나 이번 추천과정으로 보나 정치적 성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그걸 문제삼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KBS이사까지 했던 인물이 경영평가 영역도 아닌 지배구조 문제를 경영평가 보고서에 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평가단은 논란이 된 내용들에 대한 이사회의 수정 요청을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황당한 것은 이 고집에 KBS 이사회도 두 손 들었다는 것"이라며 경영평가보고서를 심의·의결하는 KBS 이사회에 책임을 물었다. KBS 이사회는 논의 끝에 보고서 첫 머리에 경영평가단의 이 같은 의견이 이사회 공식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기재하기로 결론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결과적으로 KBS 이사회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보고서인데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못 고친 셈"이라며 "그러면 뭐하러 이사회에서 경영평가 보고서를 심의하고 의결을 논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에 완전히 KBS 이사회가 특정 1인의 경평위원에게 놀아난 모양새"라고 질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내년도 경영평가단 구성 시 회사 교섭대표노조인 KBS 본부의 위원 추천을 받아 줄 것을 이사회에 요청했다. 보고서가 공평하게 작성되려면 이번 보고서와는 다른 의견도 반영되어야 하며, 때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결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이 최대한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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