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언론은 수상 소식과 함께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촬영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영화 촬영 시 근로 시간을 준수했다고 입모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기생충> 관련 뉴스를 전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운운하는 방송사는 뉴스를 제작하는 보도국 작가·특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작가·후반 작업을 맡은 스태프들의 처우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기생충>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나이 들면서 체력이 저하돼 표준근로계약이 아니면 어땠을까 싶다”면서 “<설국열차>와 <옥자>를 거치면서 미국식 조합 규정에 따라 찍는 걸 체득했다. 지난 8년간 트레이닝이 돼 이번에 표준근로계약에 맞춰서 촬영하는 게 편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은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제 보장에 따른 제작비 상승은) 좋은 의미의 상승이다.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스태프에 뒤지지 않더라”면서 “고용 관계에서 이들에게 갑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동을 이끌고 예술적인 위치에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나의 예술적 판단으로 근로시간과 일의 강도가 세지는 것이 항상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기생충 수상 소식 전하는 방송사들, 언제까지 방송 스태프의 열정에 기생할 것인가!> 성명에서 “모든 방송사가 봉준호 감독에게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한국 영화뿐 아니라 방송업계에서는 스태프 표준근로계약과 노동시간 준수가 제작비를 높여 적자를 낳고 양질의 영상 콘텐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 주장해 왔다”면서 “그러나 <기생충> 제작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이 단행한 표준 근로계약 체결과 52시간 준수는 한국 영상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 소식이 우리 사회에 유달리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공정한 노동 환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적인 수준의 높은 질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방송사와 제작사는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일궈낸 성과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똑바로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방송 스태프들은) 근로 실질을 관리 감독하는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을 이유로 후진적인 노동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면서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방송작가들의 노동 인권 또한 방송사의 수익 악화와 국제 경쟁력을 핑계로 여전히 방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생충> 관련 뉴스를 전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운운하는 방송사에 요구한다. 봉준호 감독 뉴스를 제작하는 보도국 작가, 특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작가와 후반 작업을 맡은 스태프들의 처우를 돌아보기 바란다”면서 “이들과의 정당한 근로계약을 회피하고 노사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칸 영화제의 소식을 전할 자격이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작가지부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에게는 천재적인 재능과 과감한 투자, 훌륭한 배우와 더불어 영화계 자본과 영화 스태프들이 함께 인정한 ‘규약’이 있었다”면서 “봉준호 감독의 귀국 소식과 함께 방송사들은 봉 감독 섭외에 앞다퉈 들어갔다. 인터뷰를 위해 그에게 연락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영상에 입힐 대본을 쓸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방송사가 봉준호 감독에게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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