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안현우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김명중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지난해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임 도전을 앞둔 장해랑 전 사장과 관련해 EBS지부는 퇴진 서명 용지를 돌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해마다 벌어지는 사장 퇴진 서명운동인 셈이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물론 이번 사안은 다르다. 장해랑 사장 퇴진 요구에는 백화점식 문제 제기가 더해져 초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명중 사장은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 책임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박치형 부사장 임명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노사갈등이 두 달 가까이 불거졌지만 김 사장이 조직의 수장으로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처음부터 노조의 요구 사항은 진실 규명을 넘어 인사권 문제로 직진했다. ‘인사를 철회하고 인사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도입하라’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부사장 해임과 임명동의제 수용이 골자다. 이를 다르게 이해하면 노사동수의 진실규명위원회, 특별감사 등의 진실 규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다는 얘기다.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이 간단치 않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 책임자라는 부적격 사유가 지금 시점에서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는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박 부사장은 EBS 사장 공모에 두 번이나 나선 바 있다. 2017년 6월과 2018년 10월이다. EBS 구성원이 관심의 대상인 사장 후보 지원자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박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자신의 사장 후보 지원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시 EBS노조는 박 부사장의 사장 후보 지원을 문제 삼지 않았다. 장해랑 전 사장 연임 반대에 전력을 쏟고 있던 터라 반민특위 제작 중단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2013년 벌어진 반민특위 다큐제작 중단 사태가 2017년에는 문제 안 되지만 2019년에는 문제라는 얘기로 보일 법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반민특위 다큐제작 중단 사태가 관심의 상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나온 성명에는 ‘김명중 사장의 학습능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구절이 있다. “‘모르고’ 인사를 단행했다던 사장은 인사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고 있는가”, “모르면 배워야 하고, 알고 나면 고쳐야 하는 법이다. 깨달음을 행동의 변화로까지 이어가는 것이 학습의 완성이다”라고 했다.

교육에 빗댄 비판으로 토를 달 게 없는 지당한 말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알고 모름이 상황과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교육이 주된 영역인 방송사에서 삼가야 할 일일 게다. 반민특위 다큐제작 중단 사태는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진상이 규명되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한다.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면 정략이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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