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 이닝 기록은 32이닝에서 멈췄다. 비 예보로 인해 정상적인 시간에 경기가 시작되지 않으며 리듬이 깨졌던 것으로 보인다. 우천으로 미뤄지게 되면 선발 투수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오직 정해진 경기 시간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했는데 그 상황이 2, 3시간 늦춰지면 컨디션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6이닝 2실점 여전한 1점대 방어율, 류현진 그의 가치를 증명하다

피츠버그와 원정 경기에서 대기록은 깨졌다. 허사이저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선배인 박찬호의 기록(33이닝 무실점)을 눈앞에 뒀지만 그 기록은 2회 장타와 실책이 이어지며 허무하게 깨졌다. 기록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다저스는 1회부터 득점을 하며 류현진의 어깨를 편하게 해 주었다. 1회를 2K 포함해 간단하게 마무리했던 류현진에게 복병은 조쉬 벨이었다. 엄청난 폭발력으로 피츠버그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벨은 류현진과 첫 대결에서 큼지막한 2루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이 2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피츠버그 AP=연합뉴스)

카브레라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진 것은 좋은 징조였다. 3루로 뛰는 벨을 잡아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틴의 송구는 너무 낮았고, 3루수 맥스 먼시가 뒤로 빠트리며 무실점 기록은 깨지고 말았다. 만약 정상적인 플레이로 벨을 3루에서 잡았다면 류현진의 무실점 기록은 오늘 경기에서도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책으로 실점을 내준 것도 문제지만 카브레라도 루상에 존재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서벨리와 터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2-1로 역전을 내주고 말았다. 아쉬움이 큰 이닝이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대기록을 멈춰 세웠고, 연속 안타까지 내주며 위기를 이어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3회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지만 마르테와 벨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브레라를 병살로 이끌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오늘 경기는 이런 방식의 연속이었다. 다른 경기들과 달리 피안타가 많았던 경기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의아한 상황들도 존재했다. 보다 좁게 보며 스트라이크를 줘도 좋을 공을 볼로 판정하는 모습은 황당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꾸준하게 유지해왔던 모든 것이 틀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홈런성 2루타로 시즌 첫 타점 올린 류현진 [AP=연합뉴스]

오늘 안타가 많이 나온 이유는 이런 심판의 콜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코너워크로 상대를 무너트리던 류현진의 스트라이크 존을 급격하게 줄이면 공은 가운데로 몰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치기 좋은 곳으로 들어오는 공을 안타로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안타를 내주지 않던 투수가 집중적으로 상대 타자에게 맞기 시작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 앞서 류현진과 방어율 경쟁을 하던 두 투수가 맞대결에서 대량 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달랐다. 여러 악재가 괴롭혔지만 그걸 이겨냈다.

위기관리 능력의 탁월함을 보인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는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2-2 상황에서 역전을 시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류현진이었다. 말 그대로 승리 투수와 결승타점을 모두 올린 셈이다. 무려 393일 만에 터진 타점은 홈런이 될 수도 있었다.

4회 초 2사 1루, 류현진은 볼 카운트 3 볼-1 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조 머스그로브의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PNC 파크 우중간 펜스 상단을 직격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투런 홈런이 나올 수도 있었던 타구였다. 비거리가 384피트(약 117m)였으니 좌우측 펜스로 갔다면 홈런 타구였다.

위기에서 더욱 강한 류현진 [AP=연합뉴스]

방어율이 1.65로 다소 올라가기는 했지만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도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6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3 탈삼진 2 실점으로 7승 투수가 되었다. 비록 올 시즌 가장 많은 안타를 내줬지만 사사구 없는 깔끔한 피칭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은 경탄할 정도였다.

피츠버그를 만나 통산 6승 무패 기록을 세웠다. 홈에서도 7이닝 2실점으로2 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던 류현진은 피츠버그 원정 경기에서도 6이닝 2 실점으로 승리를 추가하게 되었다. 해적 잡는 류현진. 2회 이후 실점은 없었기 때문에 무실점 이닝 기록은 다시 시작되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위기를 넘어서며 팀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투수가 진짜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은 진정한 의미의 에이스임을 다시 증명했다. 홈런 타구가 사라지고 안타도 잘 내주지 않았던 류현진이 해적들을 만나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아름답게 만들어버린 류현진은 올 시즌 사이영 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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