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체육부대, 상무 구단은 한국 스포츠에서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다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운동선수들이 잇달아 배출돼 한국 스포츠의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왔습니다.

축구에서도 상무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게 하면서 몇몇 선수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 재기를 할 수 있는 무대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이동국, 조재진, 조원희, 정경호 등이 상무에서 새 빛을 보고 다시 떠오른 선수들이었으며, 얼마 전 전역한 최성국도 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였습니다. 2003년 K-리그에 입성한 뒤, 상무는 선수들에게 그렇게 경기력 유지라는 '엄청난 혜택'을 제공했고 앞서 언급한 몇몇 선수들 덕에 '재활 공장'이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 광주에 있었을 당시 상무. 내년엔 경북 상주에서 새출발한다.
반면 좀 더 시야를 넓혀 K-리그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상무는 '계륵'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군부대 팀이라는 한계 때문에 매년 시즌 막판에 선수들이 전역해서 대거 빠져나가는 악순환은 정상적인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후반기에 연속 무승의 아쉬움을 겪으며 결국 하위권으로 다시 추락했던 사례를 보면 상무 축구단의 한계와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1위를 차지하고도 상무의 특수한 특성(법인화 설립 등)상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계, K-리그 창단을 유도하기 위해 임시로 둥지를 틀었던 점 등은 상무가 진정한 K-리그 팀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갖게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광주에 프로팀이 생기고, 상무가 새로운 연고지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존립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상무가 최근 경북 상주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열어 상무의 상주 연고 이전을 심의,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K-리그는 1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게 됐으며, 상무는 2003년 이후 계속 해서 K-리그에 남게 됐습니다. 다만 승강제가 도입되는 2013년부터는 2부 리그에서 출발하게 될 전망입니다. 어찌 됐든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선수의 경기력 유지 및 향상에 밑거름이 될 만한 기반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클럽 축구의 숙원과도 같은 승강제 도입에 밀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돼 어떻게 보면 큰 무리 없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무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정말 꼭 필요한 존재인 게 사실입니다. 한창 절정의 기량을 과시해야 하는 시기에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가운데서 운동선수들은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곤 합니다. 그나마 국군체육부대에 자신이 하는 종목이 있다면 고민을 덜 하겠지만 아예 없다면 자신의 진로마저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운동선수도 똑같이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평등하게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함이 옳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선수들 입장에 서서 본다면 병역에 대한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존립 자체에 대한 논란까지 일었던 상무가 연고지를 잡아 2011 새 시즌에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찰청이 축구단을 창단해 내년 2군 리그에 참가하게 되는 등 선수들이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지고, 정당한 군생활을 통해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해 더욱 높게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살린 것은 분명히 선수들을 비롯해 축구계 전체적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병역을 기피하려 하고, 각종 병역 문제 등으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서 당당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국위를 선양하는 선수를 계속 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축구계, 체육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상무 구단은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였던 연고 문제가 해결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갖고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팀 자체적인 발전 뿐 아니라 K-리그의 전반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하는 상무 불사조 축구단이 이번을 계기로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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