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듯 말듯 따오기 키스로 시청자를 감질나게 했던 박시후와 김남주가 마침내 진한 입맞춤을 나눴다. 어떤 건물의 작은 정원의 눈 내리는 배경에서의 키스는 로맨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슬픈 장면이었다. 구영식이 오래전부터 황태희에게 끌리면서도 그 뜨거운 열망을 가로막는 그만의 한계와 절제가 있었기에 둘의 키스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주 세 걸음 대시로 기막힌 고백의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 상항에서도 구용식은 말만 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엄마를 만나고 난 후 뜨거운 오열로 인해 구용식은 어딘가 안기고 싶은 충동에서 헤어날 수 없었는지 황태희를 찾아간다. 그러나 황태희는 특별기획팀의 모델이었던 신윤주가 들러준 봉준수의 정성에 감동하고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식사를 구용식이 아닌 전 남편을 선택한다. 이런 황태희의 선택은 내조의 여왕부터 봐온 시청자라면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 전개이다. 그렇지만 박시후가 계속 단념을 다짐하면서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 내조의 여왕에서의 태봉과 좀 다르다 싶더니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러나 생전 처음 엄마의 얼굴을 본다는 엄청난 사건의 충격에 그동안 구용식의 다리를 묶어 놓았던 봉인이 해제되면서 어쩌면 여자보다 엄마의 냄새를 더 느꼈던 황태희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게 됐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구용식은 자신의 열정을 속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눈 내리는 벤치에 옹송그리고 앉아 있는 구용식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묻는 황태희에게 그저 가라고만 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자 구용식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황태희에게 다시 비척이듯 걸어가 말한다. “난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안 간 건 당신이야”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황태희가 말없이 발을 돌리려 하자 그동안 아무일없이 잡기만 했던 그 손목을 다시 강하게 잡아끌어 기습 키스를 단행한다. 여러 이유에서 황태희는 구용식의 뺨을 때리려 손을 올리지만 그 팔을 잡아 끌어 다시 길고 깊은 키스로 바꿔버렸다.
구용식과 황태희의 키스는 결코 불륜이 아니다. 어쨌든 황태희는 이혼녀이고, 그가 누구와 키스를 하고, 사랑을 한다고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극중 황태희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직은 유부녀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잠시 구용식과의 결혼을 꿈꾸며 대단히 속물적인 상상도 했지만 누가 봐도 황태희가 선택할 수 있는 남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사랑만 하기에는 무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작가의 최종 선택은 아직 남아있다. 그 결정에 따라 부부화목이라는 내조의 여왕의 맥락을 잇게 될지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이혼하면 부부는 남남이라는 말을 따르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이다. 결과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둘이 키스까지 오게 됐으니 일단 감질나던 속은 시원하게 풀렸다. 그것만도 다행이다. 어쨌든 속사정이야 무엇이건 간에 역전의 여왕이 만드는 묘한 눈물 반 웃음 반의 비빔밥이 갈수록 맛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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