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목회 시간 신도들을 향해 원색적인 정치적 색깔론과 함께 특정 정당에 투표할 것을 반복해서 독려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자신의 설교 발언에 대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전 대표는 교회의 정치 개입이 아니라 정당한 지지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종교적 조직 내에서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행위다.

전 대표는 22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발언들에 대해 "우리 교회 예배는 특별해서 설교 마친 뒤에 시사토크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자유롭게 토크를 하고, 그 중 정치분야도 하나 들어갈 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 대표는 최근까지 문제가 된 발언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MBC '뉴스데스크' 5월 20일 보도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 20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예수님은 기호 2번?… 선거법 비웃는 '정치교회'>편에서는 전 대표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예배 시간에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사실이 보도됐다. MBC가 입수한 전 대표의 설교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지고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저는 기도하고 있습니다." - 2019년 3월

"김문수 지사님 다음에 꼭 종로구에 국회의원 나가가지고 임종석을 딱 꺾어버리고 꼭 국회의원 한 번 하십시오. 임종석 딱 꺾어버리고. 어디 빨갱이 같은 놈이 거기서 국회의원 하려고 난리야. 우리 지사님 걱정마시고 우리 교인 전체 매주일마다 종로구에 가서 선거운동해서 꼭 당선시켜드리도록 한 번 하자고." - 2019년 5월 5일

이 외에도 전 대표는 교회 장로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77만표를 얻은 사실을 알고 있다며 "77만은 종교적 신념이 입혀진 표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동하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하고, 황 대표가 자신에게 "목사님, 혹시 내가 대통령하면 목사님도 장관 한 번 하실래요?"라고 장관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김문수 지사님은 우리 교회를 다닙니다. 2년 전부터 우리 교회 다니는데 교회 성도에 대해 그런 말은 당연히 할 수 있다"며 "교회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말은 쓰면 안 된다. 어떤 정당이나 정책에 대해 우리는 지지할 수 있고 반대할 수 있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절대로 안 하려고 한다"고 항변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종교를 포함해 누구든지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전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때도 교인들에게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바 있다. 2007년에는 한 강연에서 "만약에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생명책에서 안 지움을 당하려면 무조건 이명박 찍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MBC '스트레이트' 5월 20일 방송화면 갈무리

전 대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가 떨어질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제재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 대표는 MBC를 향해 "황교안 장로님이 나보고 장관하라고 그랬다, 이런 말 가지고 MBC가 나한테 들이대는데 그 기자님들이 그렇게 딱 찍어서, 저하고 황교안 장로님 죽이라고 누구 지시를 받았나? MBC에서?"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선관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조승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공직선거법 85조 3항에는 종교적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며 "목사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해 황교안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 선거운동을 한 전광훈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농후하며, 황교안 대표가 실제로 장관 제의를 했다면 황교안 대표는 '또'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상근부대변인은 "민주주의 발전과 자유를 위해 헌신해온 교회에서 어떻게 ‘표 계산기나 두드리는 말’ ‘장관직을 주고 받는 말’이 목사와 정치인의 입을 통해 예배시간에 나올 수 있는 것인가"라면서 "선관위는 이들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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